수목탐구이야기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

416 당단풍(唐丹楓)의 국적은? 온 세상이 Korean maple로 부르는데 우리는 왜 애써 중국(唐) 단풍이라고 하는지?

낙은재 2017. 12. 3. 09:23

당단풍나무

우리 자생종이며 우리주변에 가장 흔한 단풍나무이다. 그런데 이름이 왜 당나라 단풍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당단풍나무

설악산의 아름다운 단풍은 거의 모두 이 수종이다.


앞에서 단풍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흔하여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20종의 단풍나무속 중에서 그냥 단풍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 산야에서 단풍나무보다도 더 많은 개체수가 분포하고 있는 나무가 따로 있는데 그게 바로 당단풍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당연히 내장산과 더불어 설악산을 떠 올리게 된다. 바로 그 설악산의 새빨간 단풍이 거의 대부분 다름아닌 당단풍나무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공부하려니 정말 화가 나고 답답하다. 


일제강점기 선진 분류학을 배운 일본학자들을 도와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식물을 조사하고 그들을 분류하여 학명이야 일본학자가 붙였겠지만 국명을 일일이 붙이느라고 정신없이 고생하였을 것을 생각하면 웬만한 실수나 착오가 있더라도 우리나라 초창기 식물분류학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삼가해야 마땅하다. 식물분류학의 창시자 린네도 많은 실수를 했다. 그러나 그 이후 근 백 년이 지났는데도 초창기 수준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그 이후의 학자들이나 관련자들은 비난해도 될 듯하다. 아니면 누굴 탓하겠는가.


중국 동북지방과 극동 러시아 그리고 우리나라 전역이 원산지인 이 당단풍나무는 1886년 블라디보스톡 인근 중국 길림성에서 채취한 표본을 근거로 독일 식물학자 Ferdinand Albin Pax (1858 – 1942)에 의하여 일본당단풍의 변종인 Acer circumlobatum var. pseudosieboldianum Pax로 최초 묘사가 된다. 변종명 pseudosieboldianum는 가짜 sieboldianum 즉 일본에서 소우단선축(小羽団扇槭)으로 부르는 Acer sieboldianum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sieboldianum는 일본에서 식물학관련 활동을 많이 한 독일인 의사 지볼트의 이름에서 왔다. 


그 후 1904년 러시아 식물학자 Komarov에 의하여 독립된 종으로 승격을 하여 오늘의 학명 Acer pseudosieboldianum (Pax) Kom.로 유지되고 있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 전역에서 많이 자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명의 영향을 받아 일반 영어로는 Korean maple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일본에서 자생하는 Acer japonicum 즉 일본당단풍(羽団扇槭)의 한국종이라고 당단풍나무를 쵸우셍하우치와카에데(チョウセンハウチワカエデ) 즉 조선우단선축(朝鮮羽団扇槭)으로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우리 당단풍과 비슷한 단풍나무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우단선축(羽団扇槭)이라고 부르는 Acer japonicum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소우단선축(小羽団扇槭) Acer sieboldianum이다.


등록명 : 시볼드당단풍

소우단선축(小羽団扇槭)

Acer sieboldianum

식물명을 아무 생각없이 붙이는 횡포는 우리나라 식물에 그치지 않고 일본 고유종에다가도 당나라 단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등록명 : 일본당단풍

Acer japonicum 우단선축(羽団扇槭)

중국 원산도 아닌 일본 식물에 당(唐) 단풍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이름이다. 영어로 그리고 일본에서 우리나라 단풍이라고 부르는 나무를 우리는 정작 중국 단풍이라는 뜻으로 당단풍(唐丹楓)나무라고 부른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설마 우리 자생종을 중국단풍이라고 할까 싶어서 가끔 당단풍이 설탕단풍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설탕의 당은 한자가 糖이므로 중국을 뜻하는 唐과는 글자가 다르다. 그럼 우리 단풍나무인데 왜 중국단풍이라고 할까?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어디를 뒤져봐도 1937년 정태현박사의 조선식물향명집과 1966년 이창복박사의 한국수목도감에 근거한다는 출처는 있지만 그 명명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 혹자는 한자 당(唐)을 당나라가 아닌 둑 또는 제방 등 옛날 옥편에는 없는 내용으로 확대 해석하여 둑에 심어진 단풍나무라는 뜻으로 그 근거를 찾으려는 기발한 생각을 한다. 글쎄 습기를 좋아하여 물가나 계곡을 좋아하는 것은 오히려 단풍나무이지 이 당단풍나무는 해발 700 ~ 900m의 산악지역의 능선에서도 잘 자라는데다가 당(唐)을 그런 뜻으로 사용한 식물이름을 보지 못하여 이 또한 억지에 불과한 풀이로 보인다. 우리 식물 이름에 당아욱 당광나무 당개나리 당오동 당종려 당버들 등 당(唐)을 붙인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모두 중국에서 왔다는 뜻이지 제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길림성이나 흑룡강유역에 분포하는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자색 꽃이 핀다고 자화축(紫花槭)이라고 하며 동북지방에서는 별명으로 가색목(假色槭) 또는 단풍(丹枫)이라고 한다. 색목축(色木槭)은 고로쇠나무를 말하므로 가색목은 가짜 고로쇠나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단풍나무의 이명으로 고로실나무, 넓은고로실나무와 고로쇠나무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또 다른 별명 단풍(丹枫)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이름으로 보인다. 여하튼 우리나라 일반인들이 단풍나무라고 말하면 넓게는 단풍나무속 전체 수종을 말하지만 좁게는 특정 수종 단풍나무를 말하는데 그 단풍나무에 비록 식물분류체계적으로 다른 종이라고는 하지만 이 당단풍나무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가 잘 구분되지 않으므로 동일하게 같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당단풍나무

이렇게 꽃이 자색이라고 중국에서 자화축(紫花槭)이라고 한다.


그런데 식물분류법에 따라서 분류를 하려니 그동안 구분없이 모두 단풍나무로 부르던 것들을 내장산에 흔한 수종은 단풍나무라고 부르고 설악산에 흔한 수종은 마땅한 이름을 찾다가 중국 만주에서도 단풍(丹枫)이라고 불리며 자생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당단풍으로 명명한 것으로 가상할 수는 있다. 단풍나무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자생하는데 일본에서도 기본적인 단풍나무라는 뜻으로 부르므로 우리도 그냥 예전부터 부르던 단풍나무를 그대로 정명으로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당단풍나무는 일본에는 없는 종이라서 그 당시 일본에는 참고할 만한 이름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우 어색한 추정이지만 중국 동북지방에서도 자생하는 단풍나무라는 뜻으로 당단풍이라고 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그랬다면 한심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종을 단지 구분하기 위하여 남의 나라 이름을 붙인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그랬을 가능성은 없다. 그럼 결국 그 당시 진짜로 우리 자생종이 아닌 중국에서 건너온 외래종으로 파악했다는 말인가? 아니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나무를 중국에서 건너온 종으로? 물론 아무리 국내 개체수가 많아도 외래종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그리고 초창기는 얼마든지 그렇게 외래종으로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자생종으로 확인되었을 때 얼른 그 이름부터 고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하튼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자생하는 대표적인 단풍나무를 황당하게 우리 스스로 중국단풍이라고 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다행히도 우리 이름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조선우단선축(朝鮮羽団扇槭)이라고 부르자 영어권에서도 Korean maple이라고 하는 것 같다. 우단선(羽団扇)은 날개로 만든 부채를 말하는데 당단풍의 잎 모양이 이 우단선을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단선(羽団扇)

새 깃털로 만든 일본 부채 

당단풍의 잎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이 당단풍나무의 일본명을 일본에서 잘 쓰지도 않는 トウハウチワカエデ로 기록하고 있다. 한자로 표기하면 당우단선축(唐羽団扇槭)이 된다. 게다가 영문명에도 Korean maple라고 기록하였으면 되었지 거기에다가 기어이 영어권에서 잘 쓰지도 않는 Manshurian fullmoon maple도 병기하고 있다. fullmoon maple은 일본 우단선축(羽団扇槭)의 잎이 둥근 보름달을 닮았기 때문에 부르는 일반 영어명이다. 기가 막힌다. 중국에서도 이 나무의 영어표기를 purplebloom maple 즉 자화축(紫花槭)이라고 하지 그렇게 만주 보름달 단풍이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이쯤되면 거의 필사적으로 만주나 당(唐)을 표기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 같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더 웃기는 것은 우리 당단풍나무와 매우 흡사한 일본 고유종으로 학명을 Acer japonicum으로 표기하는 우단선축(羽団扇槭)과 학명 Acer sieboldianum으로 표기하는 소우단선축(小羽団扇槭)을 우리나라 국표식에서 일본당단풍과 시볼드당단풍이라고 등록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이름인가? 중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본 고유종에다가 중국단풍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도대체 당(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과 일본의 교잡종이란 말인지? 참으로 황당(荒唐)하기 짝이 없다. 荒唐(황당) 唐(당) 이래서 당인가? ㅋㅋㅋ


그 외에도 당단풍을 마치 보통명사같이 사용하여 등록한 무식한(?) 이름이 몇 개 더 있다. 같은 일본 원산으로 시라사와당단풍이 있고 대만 원산의 대만당단풍이 있으며 심지어는 미국 원산의 덩굴당단풍도 있다. 여기도 중국과 전혀 무관한 식물에 당단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엉터리도 이쯤되니 국내 어느 도감에서도 당단풍나무를 한자로 당(唐)단풍이라고 표기는 해도 감히 중국단풍나무라는 풀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혹시 당(唐)에 다른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나름대로 당단풍이 중국 단풍이 아닌 신조어(?)이며 그 의미에 대한 유권해석이라도 내놓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시라사와당단풍

일본원산 大板屋名月 Acer shirasawanum


대만당단풍

대만오렬축(台湾五裂槭)

Acer serrulatum


 덩굴당단풍

북미원산 Vine maple

Acer circinatum


당단풍의 당이 한자어 당(唐)이 아니고 순수 우리말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도감에서 唐丹楓(당단풍)이라고 한자표기하고 있으며 국어사전에서도 당단풍을 한자로 唐丹楓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옥편에 唐은 당나라 당 그리고 황당할 당, 갑자기 당으로 풀이가 되어 있다. 게다가 찾아보면 당단풍(唐丹楓)이 중국단풍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분명하게 설명하는 우리나라 식물학자도 있다. 문제는 일반인들은 물론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그 이름을 들어봤을 때 당단풍나무라고 하면 중국에서 건너온 단풍나무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수정되어야 할 매우 부적절한 몹쓸 이름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국표식에 기재되어 있는 일본 이름 トウハウチワカエデ 즉 당우단선축(唐羽団扇槭)이 우리나라에서 짜맞춘 일본 이름이 아니고 실제로 일본에서 과거에 쓰기도 했던 이름인 것 같다. 1915년 펴낸 나카이의 조선삼림식물편에 조선우단선축과 함께 당우단선축이 병기되어 있다. 음!! 그렇다면 만약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이 단풍나무를 현재 일본에서는 チョウセンハウチワカエデ 즉 조선우단선축(朝鮮羽団扇槭)이라고 부르지만 초창기에 トウハウチワカエデ 즉 당우단선축(唐羽団扇槭)으로 불렀고 그것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서 우리도 그렇게 당단풍이라고 하였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은 어차피 제3국이니까 당단풍으로던 또는 조선단풍으로던 선택적으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당사국인 우리는 절대 당단풍나무로 따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실수나 바보짓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생종 단풍나무를 중국에다가 바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후배들은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헐!!!!


실상은 이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창기 중국 길림에서 Pax가 발견하여 묘사한 종은 우리나라 국내종과는 다른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국내종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나카이 등에 의하여 발표가 된다. 따라서 Pax가 발견한 것은 당연히 당단풍이라고 하여도 별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카이 등이 국내서 발견한 것은 당연히 우리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그러던 것이 나중에 모두 동질성이 인정되어 통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 학명 규칙에 따라서 가장 먼저 발표한 Pax의 학명이 정명이 되고 나머지는 이명이 되어버렸으므로 자연스럽게 정명의 당단풍이 국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된다. 아무리 정명 우선이라고 하더라고 최소한 국명만은 당단풍을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통합 당시에 우리 것으로 새로 명명했어야 했다. 여하튼 지금이라도 개정하여야 마땅하다. 아니면 매년 가을 수많은 우리 국민들이 중국단풍을 보려고 설악산 등 우리나라 산과 계곡을 찾아가서 열광하고 있는 셈이 된다. 


당단풍나무와 그 유사종들은 다음 포스팅으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