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

418 당단풍나무 변종들 - 섬단풍나무, 산단풍나무, 넓은고로실나무, 털참단풍, 아기단풍, 서울단풍, 좁은단풍, 왕단풍, 털단풍

낙은재 2017. 12. 5. 08:56


당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우리나라 당단풍나무에는 무려 15개의 학명이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국명도 무려 20개나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리고 국내서는 유사종으로 통합하지 않았으나 외국에서는 통합처리 하기도 하는 종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별도의 독립된 종으로 분류된 섬단풍나무와 변종으로 등록된 넓은고로실나무이다. 유사종으로 통합된 15종과 이들 둘은 당초에는 각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별도의 신종으로 발표가 되었겠지만 지금은 웬만한 차이점은 무시하고 크게 통합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학자에 따라서는 모두를 통합하거나 극히 일부만 분리 인정하고 나머지는 통합하여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학자에 따라서 또는 나라에 따라서 차이가 좀 크다. 이렇게 전문가들도 의견일치가 안되는 이들 변종에 대하여 우리 일반인들은 굳이 구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듯하며 모두 당단풍나무라고 인식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당초 어떤 이유로 신종으로 발표되었는지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것들만 모아서 간단하게 살펴본다. 거의 대부분이 변변한 실물사진은 물론 표본사진도 구하기 어렵다. 이 모두가 국내서 활동하였던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가 최초 묘사 발표한 것이다.


등록명 : 섬단풍나무

학  명 : Acer takesimense Nakai

1918년 나카이가 울릉도와 인근 도서에서 처음 발견한 잎이 13~14편으로 매우 많이 갈라지는 종으로서 당초 발견지의 일본이름 타케시마로 명명하여 독립된 종으로 발표하였으나 나중에 네덜란드의 피엣 드 용(P.C. de Jong)에 의하여 Acer pseudosieboldianum subsp. takesimense라는 당단풍나무의 아종으로 분류되어 일본을 비롯 서구 일부에서 인정을 하고 있으나 중국과 서구 일각에서는 이 또한 당단풍나무의 유사종으로 통합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최초의 낡은 학명으로 마치 독립종인 양 국표식에 등록되어 있지만 서울대 장진성교수도 당단풍나무에 포함시켜 분류한 바 있다. 나중에는 울릉도가 아닌 남해안의 도서지방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얼핏 외견상 구분점이 뚜렷한 것 같지만 혈통적으로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것은 섬 이름을 다케시마로 하였다는 것이다. 발견지가 울릉도 등의 섬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독도를 포함하고 있다고도 볼 수는 있으나 독도에도 동백이나 섬괴불나무 등 나무가 자생하고 있지만 단풍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는 없다. 따라서 나카이가 지칭한 다케시마는 울릉도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 울릉도를 다케시마라고 했던 일본이 울릉도는 감히 어림없으니까 다케시마를 독도로 바꿔서 영유권을 주장한다고 한 2014년 2월호 신동아에 실린 재야사학자 김정현님의 주장이 뒷받침 되는 것 같다. 참고로 나카이박사는 정치와는 무관한 사람으로서 젊은 시절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식물을 조사하고 분류하고 소개하였으며 나중에 동경대학 식물분류학과장이 되는 사람이다. 


섬단풍나무

국생정도감에 있는 사진인데 잎이 13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섬단풍나무

벨기에에서 온 사진인데 정말 13개로 갈라진 잎이 보인다.



등록명 : 산단풍나무

학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ishidoyanum (Nakai) Uyeki

1913년 일본학자 나카이가 평북 백벽산과 함북 명천의 칠보산에서 자생하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잎의 갈라진 열편의 기부가 서로 겹치며 열매의 갈라짐이 좁아 예각을 이루는 차이점을 보여 당초에는 신종으로 발표하였으나 나중인 1940년 그의 제자 우에키가 당단풍나무의 변종으로 수정하였다. 변종명 ishidoyanum는 우리나라서 활동한 나카이의 또 다른 제자 이시도야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당단풍나무의 유사종으로 통합 이명처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변종으로도 국표식에 등록되어 있다. 즉 중복 등록되어 있다는 말이다. 당단풍의 이명으로 그리고 변종의 정명으로... 제발 신경 좀 쓰세요!! 


산단풍나무

잎이 기부 즉 아래 부분이 서로 겹친다. 이미 당단풍나무에 통합되어 있는데도 별도로 등록되어 있다.


등록명 : 넓은고로실나무

학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ambiguum Nakai

이 또한 1913년 일본학자 나카이에 의하여 발견된 변종으로서 잎의 기부가 편평한 절형이며 시과가 도란형으로 넓게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당단풍나무에 통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변종으로 별도 등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생정 도감에서는 실물 사진 한장은 커녕 표본 사진도 볼 수가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얼른 유사종으로 편입 이명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변종명 ambiguum은 미심쩍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정체가 미심쩍은(?) 변종이다.


이  명 :털참단풍

학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lanuginosum Nakai

나카이가 1931년 완도에서 발견한 변종으로서 잎 뒷면과 열매에 백색 털이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당단풍나무의 유사종으로 판단 이명처리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당단풍나무의 이명으로 통합 분류한다. 변종명 lanuginosum은 털이 많다는 뜻이다.


이  명 : 아기단풍

학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microsieboldianum (Nakai) S.L. Tung

이  명 : Acer microsieboldianum Nakai

당초 1931년 나카이가 강원도 평강군 장지문산에서 채취한 표본을 관찰 잎과 열매의 사이즈가 작고 열매가 거의 수평으로 벌어지는 것을 발견 독립된 종으로 발표하였으나 나중인 1985년 중국학자 Tung, Shi Lin (1936-)이 변종으로 수정 발표한 것인데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원종의 이명으로 처리한다. 잎의 사이즈가 최대 길이 65mm 너비 60mm로서 작다.


이  명 : 서울단풍

학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nudicarpum

이  명 : Acer nudicarpum (Nakai) Nakai

1915년 남한산성이 있는 남한산에서 발견된 열매가 서로 마주보며 반월형인 것이 특징이다. 이 또한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당단풍나무의 이명으로 본다. 변종명이 좀 수상하다. nudi는 naked 즉 털이 없거나 잎이 없는 것을 말하며 carpum은 열매인데 이 변종의 열매에는 털이 있다고 묘사되어 있다. 


서울단풍

출처 : 손에 잡히는 생태수목도감


이  명 : 좁은단풍

학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koreanum Nakai

1909년 나카이가 변종으로 발표한 것으로 시과가 작고 장타원형이며 날개가 서로 거의 평행으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한때 중국에서 소과자화축(小果紫花槭)이라며 변종으로 취급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원종인 당단풍나무의 이명으로 처리한다. 

 좁은단풍

출처 : 두산백과

열매가 심하게 평행으로 달리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두산백과만이 이 모든 변종들을 다루고 있다.


좁은단풍

출처 : 허락없이 퍼온 사진

이거 그 유명한 화마가 된 시마님이 촬영하신 사진 같은데 다시 찾기 어렵다. 그 분은 몸이 몇 개인지 정말 대단하시다.

열매가 매우 좁게 벌어진다. 그래서 좁은단풍이 아닐까 한다.


이  명 : 왕단풍

학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f. macrocarpum (Nakai) S.L. Tung

이  명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macrocarpum Nakai

나카이가 1913년 열매가 크고 시과가 거의 수평으로 벌어지는 변종을 발견 발표한 것이다. 나중인 1985년 중국학자 Tung, Shi Lin에 의하여 변종(variety)이 품종(form)으로 변경된다. 그만큼 원종과 차이점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현재는 거의 모든 학자들이 원종인 당단풍나무의 이명으로 본다.


이  명 : 털단풍

학  명 : Acer palmatum var. pilosum Nakai

1919년 나카이가 잎자루와 잎 뒷면 주맥에 그리고 꽃자루와 일년생 가지에 백색 털이 밀생하고 열매의 날개가 도란형이라는 단풍나무 변종을 묘사하였으나 국표식에 단풍나무가 아닌 당단풍나무의 유사종으로 이명처리 되어 있다. 그래서 Acer pseudosieboldianum var. pilosum Nakai로 표기하기도 하나 비합법명이다. 따라서 이 둘은 걍 무시해도 좋을 듯 싶다.


그럼 여기서 어지럽게 발표된 당단풍나무의 근연종들을 외부에서는 어떻게 분류하는지 알아보자. 통합을 많이 하여 간단하게 정리한 나라의 순서로 나열한다. 직접 연구한 학자의 의견이 중요하지 국가는 직접 관여하는 것도 아니므로 상관이 없지만 편의상 국가 또는 그 국가의 대표적인 분류시스템에서 분류하고 있는 실상은 아래와 같다. 


1. 미국에서는 오직 하나 원종인 당단풍나무 즉 Acer pseudosieboldianum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모두를 이명으로 통합 처리


2. 중국에서는 한때 좁은단풍 Acer pseudosieboldianum var. koreanum을 따로 분류하였으나 지금은 모두 통합처리


3. 영국과 미국 일각에서는 섬단풍나무 하나만 당단풍나무의 아종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모두를 당단풍나무에 통합처리

 섬단풍나무 : Acer pseudosieboldianum subsp. takesimense


4. 우리나라에서는 원종 외에 하나의 변종과 하나의 독립종으로 분류

 산단풍나무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ishidoyanum (이명처리 한 것을 중복 등록)

 넓은고로실나무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ambiguum

 섬단풍나무 : Acer takesimense


4. 일본에서는 원종 Acer pseudosieboldianum 외에 하나의 아종과 4개의 변종으로 분류

 섬단풍나무 : Acer pseudosieboldianum subsp. takesimense

 산단풍나무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ishidoyanum

 털참단풍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lanuginosum

 아기단풍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microsieboldianum

 서울단풍 : Acer pseudosieboldianum var. nudicarpum


결론은 학자들도 논란이 있으므로 그냥 이 모두를 당단풍나무라고 부르면 되겠으나 우리 것을 자꾸 중국(唐) 단풍나무라고 부르려니 기분이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