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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 매미꽃 - 피나물을 닮은 우리나라 특산 야생화

낙은재 2020. 2. 25. 18:27


매미꽃

사진 출처 : 백두대간수목원


매미꽃


매미꽃은 과거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식물학자들도 피나물과 동종으로 인식하고 학명을 Hylomecon vernalis 또는 Hylomecon japonicum로 표기하였다. 그러다가 일본학자 나카이가 1913년 경남 지리산맥 칠불주산(七佛主山) 해발 1,000m 지점과 전남 백운산 해발 800m 지점에서 채취한 표본을 기존 피나물과는 다른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로 파악하고 1935년에 새로운 속을 신설하여 Coreanomecon hylomeconoides라고 명명한 것이다. 속명 Coreanomecon는 코리아 양귀비(mecon)라는 뜻이고 종소명 hylomeconoides는 피나물속을 닮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여 매미꽃이 식물분류학적으로 피나물에서 분리된 것이다. 한편 매미꽃속(Coreanomecon)은 미선나무속(Abeliophyllum)과 모데미풀속(Megagleranths), 금강인가목속(Pentactina), 금강초롱꽃 속(Hanabusaya), 개느삼속(Echinosophra), 두잎감자난초속(Diplolabellum)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 속이 된다. 그리고 경남 지리산맥 칠불주산 즉 Hichibutsushusan은 아마 현재의 지리산 칠불암 주변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미꽃이라는 이름이 1949년 정태현의 조선식물명집에 처음 등장하는데 그때는 이미 신종이 발표된 이후인데도 어쩐일인지 분리되지 않고 아마 Hylomecon vernalis 즉 피나물의 이명으로 등재된 것 같다. 그러다가 1957년 정태현의 한국식물도감에서 처음으로 분리하여 Hylomecon vernalis는 기존 국명 그대로 피나물이라고 하고 분리된 신종인 Coreanomecon hylomeconoides에는 매미꽃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피나물과 매미꽃 이름의 최초 출처가 1957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이 분리 신설된 쪽에 기존의 정명보다는 이명을 붙이는 것은 일반적이기도 하며 더구나 매미꽃의 어원이 개화시기와 관련이 있다면 당연히 개화시기가 늦어 매미가 울 때 꽃이 피는 Coreanomecon hylomeconoides를 매미꽃이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매미꽃의 어원이 개화시기와 관련이 없다면 피나물이라는 이름은 당연히 유액 즉 액즙의 색상이 더 붉어서 정말 핏빛과 같은 쪽인 Coreanomecon hylomeconoides에다가 붙였어야 마땅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 피나물의 유액도 애기똥풀과 같이 완전 노란색은 아닌 황적색이므로 피나물이라고 해도 아주 크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매미꽃의 유액과 비교할 때는 뭔가 뒤바뀐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기존 Hylomecon vernalis의 굳어진 이름 피나물을 매미꽃이라고 수정하고 신설된 쪽에 피나물이라는 이름을 넘겨줄 때 야기될 혼란을 염려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유액의 색상 같은 것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중에 1974년 박만규선생 등에 의하여 매미꽃의 이명으로 피나물을 추가하고 반대로 피나물에는 노랑매미꽃이나 봄매미꽃 등의 이명을 추가하게 된다. 노랑매미꽃이란 노랑색 유액이 나오는 매미꽃이라는 뜻이며 봄매미꽃은 상대적으로 이른 봄에 꽃이 핀다는 의미이다. 


피나물(좌)와 매미꽃(우)

피나물은 근생엽 외에도 꽃줄기에서도 잎이 나지만 매미꽃은 꽃줄기와 잎줄기 각각 지하 근경에서 나온다.


피나물(좌)와 매미꽃(우)의 유액 비교

이름과는 달리 피나물보다는 매미꽃의 유액이 핏빛에 가깝다. 

유독성 액체이므로 만지면 염증이 유발되고 먹으면 구토증세와 호흡마비가 된다.


1935년 일본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 猛之進 : 1882~1952)이 새로운 매미꽃속을 신설하여 그 속 유일종으로 명명한 학명 Coreanomecon hylomeconoides Nakai를 우리나라는 여태 그대로 국표식에 등재하고 있지만 1953년 일본학자 오이 지사부로(大井 次三郎 : 1905~1977)에 의하여 기존 애기똥풀속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속명을 변경하여 Chelidonium hylomeconoides (Nakai) Ohwi로 재명명하였는데 이를 인정하는 학자들이 많다. 우리나라 이영노박사도 1973년 피나물과 같은 피나물속으로 분류하여 Hylomecon hylomeconoides로 명명한 바도 있으나 그다지 널리 지지받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매미꽃을 서구에서는 거의 모두 Chelidonium hylomeconoides로 표기하는 추세이며 나카이가 발표한 원래 학명이나 이영노박사가 발표한 학명은 이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특산속인 Coreanomecon hylomeconoides라고 표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인 것 같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이영노박사가 새발노랑매미꽃에 대응하는 잎이 잘게 깊이 갈라지는 매미꽃의 변종을 2004년에 Hylomecon hylomeconoides var. dissectifolia Y. N. Lee로 명명한 바가 있다. 피나물의 변종인 새발노랑매미꽃 즉 Hylomecon japonica var. dissecta가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발매미꽃도 변종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지만 원종의 학명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한다. 예를들면 Chelidonium hylomeconoides var. dissecta나 Coreanomecon hylomeconoides var. dissecta로 재명명되어야 될 듯하다. 여하튼 현재는 이영노박사가 명명한 변종은 매미꽃에 통합되어 유사학명으로 이명처리되고 있다.


새발매미꽃(매미꽃)

Coreanomecon hylomeconoides var. dissecta

우리나라 국생정에 매미꽃이라고 올려진 사진인데 일반 매미꽃과는 달리 잎이 크게 갈라지며 그 갈라진 열편에 불규칙한 예거치가 있어 새발매미꽃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새발매미꽃(매미꽃)

우리나라 국생정에 매미꽃이라고 올려진 사진인데 위 사진과 마찬가지로 변종으로 보인다.

Coreanomecon hylomeconoides var. dissecta


새발노랑매미꽃(새발피나물)

Hylomecon japonica var. dissecta

피나물이 변종인데 잎이 더 심하게 갈라지기는 하지만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매미꽃은 피나물에 비하여 가장 큰 차이점은 꽃대가 잎이 달린 줄기의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는 피나물과는 달리 잎이 없는 줄기의 끝에서 핀다는 점이다. 꽃송이 자체는 피나물에 비하여 작고 송이의 수는 1~10개로 1~3개인 피나물에 비하여 많다. 개화시기는 피나물이 4~5월인데 반하여 매미꽃은 6~7월이라서 매미가 울 때 꽃이 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잎과 줄기의 털은 매미꽃이 비교적 더 많은 편이지만 피나물도 털이 많은 경우가 있어 정확한 구분 포인트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꽃잎은 길이 1.5~2cm인 피나물에 비하여 매미꽃은 1cm 정도라서 작고 열매 또한 3.5cm 길이의 피나물에 비하여 매미꽃의 열매는 3cm라서 작다. 자생지는 피나물은 우리나라 거의 전역이지만 매미꽃은 주로 남부지방이라고는 하지만 경기도 의정부에서도 자생하는 것이 발견되며 백두대간에서도 보이고 용인 한택수목원에 가면 매미꽃이 무더기로 노지월동을 하고 있어 중부지방에서도 재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매미꽃

지하 근경에서 올라오는 꽃줄기 끝에 1~10 송이의 다수의 꽃이 모여핀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늘게 보이는 것은 꽃이 진 다음 암술대만 남은 모습이다. 일부는 자방이 자라고 있다.


매미꽃

용인 한택수목원에서도 노지월동을 잘 한다.


이명호선생님이 집필한 의정부시에서 발간한 야생식물도감인데 매미꽃이 포함되어 있다.


매미꽃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미상이라고 말한다. 매미꽃이라는 이름을 처음 기록한 사람이 1949년 정태현선생이고 그 직계 제자인 이우철박사가 유래가 미상이라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하겠나.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미가 울 때 이 꽃이 핀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설이라고 판단된다. 요즘은 매미가 우는 것이 무슨 대수이겠냐 싶지만 옛날에는 그게 아니다. 시계가 없고 인쇄된 달력도 제대로 없던 시절 매미의 울음소리는 계절이 왔음을 즉 하지(夏至)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계절의 징후가 아니고 중국 황하유역에서 유래한 일주서(逸周书)에 근거하는 72후(七十二候)라는 역법으로서 4서 5경 중 하나인 예기(礼记)에도 기록되어 있다. 일년을 5일 단위로 나누어 후(候)라 하고 3후 즉 15일이 기(气)가 되며 6기 즉 90일이 시(时)가 되고 4시가 일년을 뜻하는 세(岁)가 되어 360일을 24절기(节气) 72후(候)로 세분하여 농사에 활용하는 역법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쓰는 24절기나 사시사철이라는 말이 유래된다.


24절기


그 농력칠십이후 중 5월 전반이 절기는 망종(芒种)이고 후반이 바로 하지(夏至)인데 그 하지(夏至)가 왔음을 알려주는 3가지 징후 중에 하나가 바로 매미 울음소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려시대 기록에도 벌써 등장하는 하지3후(夏至三候)는 녹각해(鹿角解) 선시명(蟬始鳴) 반하생(半夏生)이 바로 그것이다. 녹각해는 이맘때쯤 사슴의 뿔이 저절로 떨어진다는 뜻이고 선시명(蟬始鳴)은 조시명(蜩始鸣)이라고도 하는데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반하생은 반하가 생산된다는 뜻이다. 반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천남과 반하속 다년생 초본인 Pinellia ternata를 말하며 여름의 한중간에 생산된다고 이름 자체가 반하(半夏)이다. 이렇듯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는 것은 하지라는 절기 그 자체를 상징한다. 그래서 그 시기에 꽃 피는 식물을 매미꽃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입하에 꽃핀다고 이팝나무라고 부르는 나무가 있듯이 말이다. 그러고보니 피나물의 이명 선매미꽃의 선은 직립한다는 뜻이 아닌 매미를 뜻하는 선(蟬)이 중복된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3후(夏至三候) : 녹각해(鹿角解) 선시명(蟬始鳴) 반하생(半夏生)

이 중 우리 조상들에게 가장 와닿는 것은 당연히 매미이다. 그래서 하지가 바로 매미로 통했을 것이다.


선시명(始鳴)

매미(蟬)가 처음 울 때가 바로 하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지에 피는 꽃이라는 의미에서 매미꽃이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는 꽃핀 모습이 매미를 닮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어디가 닮았다는지 수긍하기 어렵다. 차라리 그보다는 피나물이나 매미꽃의 울퉁불퉁하고 그물망같이 생긴 잎맥의 모습이 매미의 날개 무늬를 닮았다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어릴 적 말총이나 소꼬리 털로 매미채를 만들어 매미를 많이 잡고 놀던 사람으로서는 피나물이나 매미꽃의 잎 무늬에서 자연스럽게 매미 날개의 무늬가 연상된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매미꽃의 어원이 여름 즉 하지(夏至)에 꽃이 피기 때문이라면 과거 하나에서 둘로 분리될 때 여름에 꽃이 피는 신종에게 매미꽃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꽃이 더 일찍 피는 피나물을 봄매미꽃이라고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매미꽃이 잎이나 꽃 모양 등 다른 것에서 이름이 유래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액이 상대적으로 더 진한 신종에다가 피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노란 유액즙이 나오는 피나물을 노랑매미꽃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미꽃의 이명 중에 개매미꽃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 이름이 아니고 일본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것에 불과하므로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매미꽃이나 피나물의 그물망맥 잎이 매미의 날개를 닮았다면 비약이 좀 심한 것인가?



등록명 : 매미꽃

이  명 : 피나물, 여름매미꽃

등록명 : Coreanomecon hylomeconoides Nakai

국제명 : Chelidonium hylomeconoides (Nakai) Ohwi

이  명 : Hylomecon hylomeconoides (Nakai) Y. N. Lee

이  명 : Hylomecon hylomeconoides var. dissectifolia Y. N. Lee

원산지 : 우리나라 특산식물

일본명 : イヌヤマブキソウ(개피나물)

영어명 : Korean forest poppy

개화기 : 6~7월

용  도 : 근경 약용 - 하청화근(荷青花)

특  징 : 피나물에 비하여 꽃이 작고 많이 달리며 꽃줄기 잎줄기 각각 따로 지하에서 나오며 개화시기는 6~7월로 늦다.


 매미꽃


 매미꽃

작은 꽃이 하나의 줄기에 여러 송이 핀다.


 매미꽃


매미꽃

꽃받침은 두 개로 조기에 탈락한다. 


 매미꽃 종자

사진 출처 : 이유미박사

개미를 유인하기 위한 엘라이오솜(elaiosome)이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