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등록된 싸리속 식물은 원종기준으로 21종이 되는데 그 대부분이 싸리라고 불리지만 비수리라고 불리는 식물도 7종이나 된다. 그 중 하나가 땅비수리이다. 비수리들과 싸리들 사이에 어떤 뚜렷한 구별점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앞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싸리속을 큰싸리조(組) 즉 Sect. Macrolespedeza와 싸리조(組) 즉 Sect. Lespedeza 둘로 세분하기도 하는데 그 경우 우리나라서 비수리로 불리는 종들은 모두 싸리조로 분류된다. 하지만 싸리로 불리는 종 중에서도 분홍싸리 괭이싸리 개싸리 좀싸리 등은 큰싸리조가 아닌 싸리조로 분류된다. 큰싸리조와 싸리조의 차이점은 전자인 큰싸리조는 소엽도 크고 열매도 크며 꽃색상이 대부분 자홍색이다. 그 반면에 후자인 싸리조는 소엽도 작고 열매도 작으며 꽃색상은 황색 또는 담황색이라서 구분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큰싸리조와는 달리 싸리조는 꽃잎과 수술이 열리지 않고서 자가수분하는 폐쇄화(閉鎖花)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폐쇄화는 모두 결실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이름 그대로 큰싸리조는 아무래도 싸리조보다는 키가 대부분 더 크다. 우리나라서는 싸리와 참싸리 큰잎싸리 조록싸리 등이 큰싸리조로 분류된다.
식물에서 땅이 앞에 붙은 이름은 땅콩과 같이 아예 땅속에서 자라는 콩이라는 뜻도 있지만 대개는 땅에 바싹 붙어서 포복성으로 자라거가 키가 다른 종에 비하여 아주 낮은 왜성종을 뜻하게 된다. 그런데 이 땅비수리는 키가 1m까지도 자라므로 비수리나 호비수리 등 여타 비수리에 비하여 전혀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비수리들이 속하는 싸리속 싸리조 식물들은 거의 모두 키가 1m 미만이므로 땅비수리가 특별히 키가 작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가 없다는 불평을 하면서 이 땅비수리의 탐구를 시작한다. 국명 땅비수리는 1949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명집에 처음 기록된 것을 1996년 이우철교수가 한국식물명고에서 그대로 인용하므로서 정명이 된것 같다. 학명 Lespedeza juncea로 표기하는 땅비수리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과 몽고 극동러시아 그리고 일본에서도 자생하는데 역시 학명도 그렇고 중국이나 일본 어디에도 왜성종이라는 뜻의 이름은 안 보인다. 그래서 여기서의 땅은 작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땅을 쓸기에 적합한 즉 마당비라는 뜻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땅비수리를 당비수리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중국을 뜻하는 당(唐)에서 땅으로 변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 박만규박사가 1974년에 땅비수리를 땅비싸리의 이명으로도 기록한 바 있어 국표식에서 현재도 땅비싸리의 이명으로 기재하고 있다. 땅비싸리는 콩과 싸리속은 아니지만 콩과 땅비싸리속으로 분류되는 학명 Indigofera kirilowii인 우리 자생종 반관목이다. 이 땅비싸리야말로 키가 1m 미만으로 정말 왜성종이므로 땅이라는 접두사는 매우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뒤의 비싸리가 비로 쓰는 싸리라는 뜻인지 아니면 비싸리라고도 불리는 댑싸리라는 것인지 논란이 있지만 후자인 댑싸리설이 더 널리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로 땅비싸리는 댑싸리와는 잎도 꽃도 전혀 닮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비싸리가 싸리속의 싸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같은 콩과이므로 꽃은 좀 닮았으나 열매와 잎은 많이 다르다. 그러니까 땅비싸리는 싸리던 댑싸리던 크게 닮지도 않았는데다가 무엇보다도 빗자루로 쓰기에 부적합하므로 땅비싸리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땅비수리가 땅비싸리의 이명이므로 땅비싸리가 곧 땅비수리가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거꾸로 땅비수리에다가 땅비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매우 잘 어울리는 이름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여타 비수리에 비하면 키가 작지 않지만 싸리에 비하면 키가 작으므로 땅이라는 접두사도 어울리는데다가 이 종은 중국에서도 첨엽철소추(尖叶铁扫帚)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빗자루로 쓰기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결국 땅비싸리는 싸리와 같은 된장풀족 싸리속 이 땅비수리 즉 Lespedeza juncea에 붙여서야 마땅한 이름 같은데 다소 거리가 먼 Indigofera kirilowii에다가 붙여 어색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Indigofera kirilowii의 국명 땅비싸리는 1937년 정태현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므로 시기적으로 땅비수리의 명명 시기보다 12년을 앞서게 된다. 하지만 땅비싸리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더라도 그 외에도 적당한 이름을 얼마든지 붙일 수 있었을 터인데 땅비수리는 당비수리라면 모를까 마땅한 이름은 결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럼 중국과 일본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보자, 우선 학명 Lespedeza juncea는 원래 1762년 아들 린네가 콩과 묏황기속으로 Hedysarum junceum L. f.로 명명하였던 것을 남아공 출신 버섯학자 Christiaan Hendrik Persoon (1761–1836)가 싸리속으로 변경하여 1807년 Lespedeza juncea (L. f.) Pers.로 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juncea는 rush 즉 골풀 같다는 뜻인데 골풀은 초본이 기본이지만 남아프리카에서는 관목 형태로도 자란다. 골풀로써 멍석이나 광주리를 엮기 때문에 용도가 같다고 본 것이다. 중국에서는 땅비수리가 주로 동북지방에서 자생하는데 이를 잎의 끝이 뾰족한 경우가 많다고 첨엽철소추(尖叶铁扫帚)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자생하는 26종의 싸리 중 비수리와 땅비수리를 빗자루로 많이 사용하였는지 이들을 특별히 철소추(铁扫帚)라고 한다. 철소추는 단단한 빗자루로서 마당을 쓸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비를 말하며 중국 소림무술 72절기 중에 철소추공(鐵掃帚功)이라는 것이 있다. 비수리로 만든 빗자루는 무기로 쓰일 만큼 단단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시베리아메도하기 즉 시베리아싸리라고 부른다. 아마 일본에서도 자생하는데 그 사실이 나중에서야 발견된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싸리를 외국 국명으로 부르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줄기가 푸르다고 청비수리라고 부르는 Lespedeza inschanica를 カラメドハギ(카라메도하기) 즉 당(唐)비수리라는 뜻으로 부른다. 그런데 이 청비수리를 북한에서는 큰당비수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청비수리는 원래 땅비수리와 호비수리의 교잡종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극히 일부지역에서 발견된다고 하지만 주로 중국에 자생하는 종이다. 이를 일본이나 북한에서 중국비수리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름으로 들린다. 그런데 땅비수리는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데 이상하게 일본은 시베리아비수리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당비수리라고 부적절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아마 그 당시에는 한일 양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여하튼 그래서 우리이름 땅비수리는 지금도 북한에서 사용하는 당비수리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땅비수리의 이름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영어 일반명 Chinese Lespedeza도 땅비수리가 원래는 당비수리에서 왔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땅비수리는 얼핏보면 비수리와 많이 닮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다른 점이 더러 있다. 우선 땅비수리는 전주에 복모가 밀생하며 특히 열매와 꽃받침에 털이 매우 많고 줄기나 엽병이 적갈색을 띠고 있어 구분이 된다. 그리고 땅비수리의 폐쇄화 열매의 꽃받침 열편이 보다 짧으며 3개의 세로맥이 분명하여 1개의 맥이 있는 비수리와 구분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땅비수리 원종 외에도 뿌리에서 맹아가 나온다는 털파리채 즉 Lespedeza juncea var. umbrosa와 겉모양이 비수리 같다는 개파리채 즉 Lespedeza juncea var. subsericea Kom. 등 두 개의 변종이 더 등록되어 있는데 전자는 국제적으로 원종에 통합되어 이명처리되고 있으며 후자는 일부에서 변종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별도 탐구는 생략한다. 그런데 원종은 땅비수리라고 하면서 변종은 개파리채와 털파리채라고 하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다. 가지를 꺾어서 파리를 쫓는 파리채로 썼기에 땅비수리를 이창복박사는 1969년 우리나라식물자원에서 파리채라고 기록한 바 있다. 출처가 애매한 땅비수리나 북한의 당비수리보다는 이 파리채라는 이름이 훨씬 명분이 있어 보인다.
등록명 : 땅비수리
북한명 : 당비수리
이 명 : 파리채, 참비수리, 개비수리, 숲비수리 등
학 명 : Lespedeza juncea (L. f.) Pers.
분 류 : 콩과 싸리속 낙엽 소관목 또는 다년생 초본
원산지 : 한중일러
중국명 : 첨엽철소추(尖叶铁扫帚)
일본명 : シベリアメドハギ - 시베리아비수리
영어명 : Chinese Lespedeza
수 고 : 1m
특 징 : 전주 복모 밀생, 분지 혹 상부 분지 비자루형
탁 엽 : 선형 2mm
엽 병 : 0.5~1cm
엽 서 : 우상복엽 3소엽
소 엽 : 도피침형, 선상장원형 혹 협장원형, 1.5~3.5cm x 3~7mm, 선단초첨 혹 둔원, 소자첨, 기부점협, 변연초반권, 상면근무모, 하명밀피복모
화 서 : 총상화서 액생, 약간 잎 밖으로 돌출, 3~7송이 밀집 배열, 근 산형화서
총화경 : 길다
포 편 : 소포편과 난상 피침형 혹 협피침형, 1mm
화 악 : 협종상, 3~4mm, 5심렬, 열편피침형, 선단예첨, 외면백색복모, 화개후 3맥 명현
화 관 : 백색 혹 담황색, 기판기부 자반, 화기불반권 희반권, 용골판선단 대자색, 기판, 익판 용골판 근등장
폐쇄화 : 족생 엽액, 근무경
열 매 : 협과 관란형, 양면 백색복모, 약간 돌출 악 숙존
화 기 : 7~9월
과 기 : 9~10월
용 도 : 사료, 녹비, 사방용
내한성 : 영하 34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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