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Lespedeza daurica (Laxm.) Schindl.로 등록된 호비수리는 중국 북방지역을 뜻하는 호(胡)라는 이름만 들어봤을 때는 중국 만주나 몽고 같은 북방에서 온 것으로 판단되지만 뜻밖에도 우리 자생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국내서 이 이름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49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명집과 1957년 한국식물도감에 의한다. 대개 이런 경우는 명명 당시에는 국내에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강원도와 경기도 등에서 제법 흔하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자생종이 분명하지만 중국 특히 내몽고지역에서 온 비수리라는 뜻으로 호비수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를 중국에서도 흥안호지자(兴安胡枝子)라고 하는데 흥안은 내몽구 동북부의 지역명이다. 그리고 중국 별명 중에 달오리호지자(达乌里胡枝子) 또는 달호이호지자(达呼尔胡枝子)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모두 내몽고나 중국과 시베리아 경계인 흑룡강지역을 뜻한다. 그래서 학명의 종소명 daurica나 davurica도 바로 이 지역명에서 온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정작 자국내서 자생하지도 않는 일본에서는 해외에서 들어온 귀화종이라고 하면서도 달호이비수리 또는 호비수리라고 하지 않고서 オオバメドハギ(오오바메도하기) 즉 대엽(大葉)비수리라는 뜻으로 부르고 있어 식물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자국내에서 자생하는 땅비수리를 일본에서 시베리아비수리라고 하는 것과는 대비가 된다.
우리나라의 자생지가 나중에 발견된 것일 줄 알았으나 국생정의 표본정보를 보면 1930년대 이전에 채집된 표본도 더러 있으며 1956년에 채집지가 전남 진도라고 분명하게 명시된 표본도 남아 있고 1959년 단양에서 채집한 표본도 보인다. 그리고 1937년 정태현선생 등이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이를 큰비수리라고 명명한 바도 있다. 아마 이 이름은 일본 이름 オオバメハギ(오오메도하기)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왜 이 이름이 정명으로 채택되지 않고 호비수리가 정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1982년에도 안학수 등이 저술한 한국농식물자원명감에서 왕비수리를 제시한 적도 있는데 큰비수리와 같은 맥락의 이름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땅비수리와 호비수리 둘 다 국내서 자생하는데 전자는 따라 하지 말았어야 할 일본 이름 당비수리 즉 カラメドハギ(카라메도하기)를 따랐고 후자는 따를 만도 한 일본 이름 대엽비수리나 큰비수리를 외면하고 학명을 따라서 몽고 즉 호(胡)비수리라고 하여 마치 외래종인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호비수리의 학명 Lespedeza davurica (Laxm.) Schindl.는 원래 1771년 스웨덴 자연과학자 Erich G. Laxmann(1737~1796)이 토끼풀속인 Trifolium dauricum Laxm.로 명명하였던 것을 독일 식물학자 Anton Karl Schindler (1879~1964)가 1912년 속명을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한때 스펠링 문제로 Lespedeza daurica로 표기하기도 하였으며 우리나라는 지금도 그렇게 등록하고 있지만 지금 현재 국제적으로는 Lespedeza davurica를 정명으로 삼고 있다. 종소명 davurica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몽고 달호이(达呼尔)라는 지역명에서 온 것이다. 달호이(达呼尔) 지역에 사는 민족을 달알이(达斡尔)족 즉 다우르족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의 몽골계 소수민족 중 하나이다.
여하튼 호비수리는 싸리속 중에서도 비수리와 같이 폐쇄화(閉鎖化)가 섞여 피는 싸리족으로 분류되기에 비수리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지만 그 약효는 사뭇 달라 주로 감모발소(感冒发烧) 해수(咳嗽) 그러니까 열감기와 기침감기의 치료에 쓰인다는데 약재명은 지아조(枝儿条)이지만 망우차(牤牛茶) 모우사(牡牛查) 우지자(牛枝子) 우륵자(牛筋子) 우지조(牛枝条) 등 거의 모두 소 특히 황소(牤牛, 牡牛)와 관련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호비수의 어린 줄기를 소나 돼지 등 가축들이 매우 좋아하는 먹이라서 저저초(猪猪草) 즉 돼지풀이라는 별명도 있다. 같은 맥락으로 소와 관련된 별명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소 먹이와 관련된 이름 외에 다른 연유가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찾지를 못하였다. 하여튼 그 이름만 들어 봤을 때는 황소와 같은 힘을 내는 약초로 쓰일 만도 한데 이상하게 겨우 해표산한(解表散寒) 효능이 있어 감기 발열과 기침 치료제 정도로만 쓴다니 그 거창한 이름에 비하여는 다소 실망스럽다. 실제로 비수리들 중에서 천연비아그라가 있다면 그 이름만 봤을 때는 밤에 문을 닫는다는 뜻인 야관문(夜關門)이 아니라 이 호비수리가 가장 가까워 보인다. 황소의 힘줄!
일반인들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호비수리가 약초채집가들에게는 매우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 이유는 호비수리 자체에도 약성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소위 천연비아그라라고 알려진 비수리와 구분하여 걸러내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비수리와 차이점은 우선 줄기가 비수리에 비하여 비스듬하게 올라간다는 경향이 강하여 수형이 다르다. 그리고 큰비수리라는 별명과는 달리 키는 비수리에 비하여 오히려 작거나 같지만 잎의 사이즈는 이름에 걸맞게 길이와 너비가 거의 두 배에 가깝게 크다. 그리고 줄기가 가끔 갈색을 띠고 있다는 점과 3소엽 중 가운데 소엽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구분 포인트가 된다. 그외 꽃받침 열편이 매우 길어 꽃잎과 같은 길이이므로 개화기에도 거슬리고 결실기에는 열매를 감싸게 되어 열매가 잘 보이지 않는다.
등록명 : 호비수리
이 명 : 큰비수리, 왕비수리 등
학 명 : Lespedeza davurica (Laxm.) Schindl.
등록명 : Lespedeza daurica (Laxm.) Schindl.
분 류 : 콩과 싸리속 낙엽 소관목 또는 다년생초본
원산지 : 한중러
중국명 : 흥안호지자(兴安胡枝子), 달호이초지자(达呼尔胡枝子), 지아조(枝儿条)
일본명 : オオバメハギ(대엽비수리), オオバメハギ(큰비수리)
수 고 : 1m
줄 기 : 통상 비스듬히 올라감, 단일 또는 수개 족생
가 지 : 노지 황갈색, 적갈색, 단유모 혹 무모, 유지 녹갈색, 세릉, 백색단유모
잎차례 : 우상복엽 3소엽
탁 엽 : 선형, 2~4mm
엽 병 : 1~2cm
소 엽 : 장원형 협장원형, 2~5 x 0.5~1.6cm
잎모양 : 선단원형 혹 약간 오목, 소자첨, 기부원형, 정생소엽 교대
잎 털 : 상면 무모, 하면 단유복모
화 서 : 총상화서 액생, 잎보다 단 혹 등장
총화경 : 단유모 밀생
소포편 : 피침상 선형, 유모
꽃받침 : 5심렬, 외면 백모
악렬편 : 피침형, 선단장점첨, 가시모양, 화관과 등장
화 관 : 백색 혹 황백색
기 판 : 장원형, 1cm, 중앙초대자색, 판병
익 판 : 장원형, 선단둔, 교단
용골판 : 익판보다 김, 선단원형
폐쇄화 : 엽액, 결실
열 매 : 협과 소, 도란형 장도란형, 3~4 x 2~3mm, 선단 자첨, 기부초협, 양면 볼록, 유모, 화악내 포 숙존
화 기 : 7~8월
과 기 : 9~10월
용 도 : 사료, 녹비, 약용 - 생약명 지아조(枝儿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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