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록싸리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싸리 중에서 싸리와 참싸리와 더불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싸리의 한 종류이다. 이들 3종은 키도 비슷하고 꽃 색상도 비슷한데다가 싸리속 중에서도 모두 큰싸리아속으로 분류되어 식물분류학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근연관계에 있으므로 서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잎 모양으로 구분하는데 조록싸리의 잎이 가장 크고 특히 소엽의 끝이 싸리와 참싸리는 둥글거나 약간 오목한데 반하여 조록싸리는 뾰족하다는 데서 구분이 쉽게 된다. 참고로 싸리와 참싸리는 잎 모습은 유사하지만 참싸리의 꽃차례가 두상화서에 가깝게 짧으며 꽃자루 또한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싸리와 구분이 된다. 그럼 조록싸리는 잎의 끝 모양이 뾰족하다는 점 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자.
우선 우리 이름 조록싸리는 1937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는데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단지 경남 방언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 국어 사전에 조록이라는 단어는 ‘물줄기나 빗물 따위가 빠르게 잠깐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조록이 조록싸리와는 관련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식물 이름에 조록이 들어가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 것은 조록나무이다. 여기서 조록은 조롱박 같은 충영이 조롱조롱 달린다고 그렇게 불리는 것을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록싸리에도 가끔 충영이 달리기는 하지만 조롱박 모양도 아니고 또 그렇게 많이 조롱조롱 달리지도 않는다. 일부에서는 조록싸리의 잎이 조록나무의 잎을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글쎄 조록나무가 주로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흔하지 않은 나무인데다가 조록싸리라는 이름이 경남 방언이라고 하므로 쉽게 연결이 안되는데다가 잎 형태는 좀 닮았지만 단엽 어긋나기로 달리는 조록나무와 우상복엽 3소엽인 조록싸리 잎을 과연 닮았다고 할 수 있나 싶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인가? 왜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이 이런 식물이름의 어원에 큰 관심이 없을까? 정말 궁금하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조록싸리 피거든 남의 집도 가지 마라.”라는 것이 있다. 싸리중 가장 먼저인 조록싸리가 필 때인 초여름은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수확기가 도래하지 않아서 식량사정이 가장 어려운 춘궁기 즉 보릿고개이기 때문에 남의 집을 방문하면 실례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혹시 배가 고플 때 나는 소리인 쪼르륵에서 온 쪼르륵싸리가 조록싸리가 된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쪼르륵은 조르륵의 센말이고 조르륵은 조록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달력이 제대로 없던 옛날에 이팝나무가 꽃이 피면 입하(立夏)가 된 것을 알고 매미꽃이 피면 매미가 울고 하지(夏至)가 왔음을 알았던 시절에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배를 골아 배속에서 쪼르륵쪼르륵하는 소리가 나던 시기에 꽃이 피는 싸리라는 의미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추측을 해 본다.
조록싸리는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를 제외한 전역에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종이지만 중국에서는 하남성과 안휘성 그리고 절강성 등 동중부지역에서만 자생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잎이 넓다고 관엽호지자(宽叶胡枝子)라고 하는데 이는 넓은잎 싸리라는 뜻이다. 조록싸리가 싸리나 참싸리 등에 비하여 잎이 약간 더 크고 넓기는 하지만 두드러지게 넓은 것은 아니며 국내 학자의 연구결과에서는 싸리보다는 길고 넓지만 참싸리보다는 길이나 너비 모두 작다. 그런데도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중국에 자생하는 30종에 가까운 싸리들의 이름을 붙이다 보니 뾰족한 잎이라는 뜻의 첨엽(尖叶)은 이미 땅비수리에 붙였고 그렇다고 긴 잎이나 큰 잎이라는 뜻의 장엽(長葉)이나 대엽(大葉)을 쓰자니 이들 또한 다른 종에 사용되었기에 관엽(寬葉)호지자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에서는 조록싸리가 당초에는 자국 내에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귀화식물로 분류하여 우리나라 싸리나무라는 뜻으로 조선목추(朝鮮木萩)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나중에 대마도에서도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어 일본도 이제는 자기들 자생종이라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흔하여 양평 우리 정원에는 새가 종자를 물어 왔는지 몇 년 전부터 저절로 생겨나 현재 2m까지 자라고 있을 정도로 흔한데 일본에서는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국가차원에서 조록싸리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조록싸리의 학명 Lespedeza maximowiczii C.K. Schneid.는 독일 식물학자 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에 의하여 러시아 식물학자이자 채집가인 맥스모비치 즉 Karl Maximovich(1827~1891)의 이름으로 1907년에 명명한 것인데 이는 아마 맥스모비치가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분류 명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도감 어디에도 채집장소에 관한 언급이 없다. 한국전쟁당시 표본 등 많은 자료가 소실되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조록싸리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신종이었기에 일본에서 또 다른 원산지인 중국을 제쳐두고 이를 チョウセンキハギ(朝鮮木萩)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중국도 초창기에는 이 조록싸리가 자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동북지방이 아닌 중남부지역에서 자생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조록싸리는 싸리 중에서는 가장 먼저인 5월말 6월초부터 꽃이 피고 응달에서도 잘 자라며 토양을 가리지 않아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북도를 제외한 평안도와 황해도 및 강원도에서도 자생하지만 중국은 온난한 중남부에서만 자생하며 일본은 남쪽 대마도에서 자생한다. 따라서 여타 싸리들에 비하면 내한성이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영하 25도에서는 충분히 월동이 가능하므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많이 분포하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조록싸리가 흔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나중에 발견되었기 때문인지 약용한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우리나라서는 뿌리와 줄기 잎 등을 해열과 이뇨 등 싸리와 비슷한 용도의 약재로 쓴다고 한다.
조록싸리의 하위분류군인 변품종으로 아래와 같은 4종이 등록되어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모두 조록싸리에 통합되어 그 이명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 대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늦싸리라고 국표식에 등록된 일본학자 나카이가 명명하였다는 학명 Lespedeza maximowiczii var. elongata는 그 존재를 찾을 수가 없는 비합법명으로 보인다. 반면에 국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이창복박사가 1965년에 교잡종으로 발표한 학명 Lespedeza × angustifolioides T.B.Lee를 늦싸리라고 부르고 있으나 정작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 헷갈리게 한다. 결국 싸리속 특히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종은 아직 제대로 조사연구가 되지 않아서 파악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하튼 국생정 도감에서 설명하는 이들 4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데 일부는 존재가 의심스럽고 일부는 존재는 확실해 보이나 자료가 부실하여 개별 탐구는 생략한다.
▶털조록싸리(var. tomentella Nak.) : 일년생가지와 꽃차례 및 잎표면에 개출모가 있다. 개출모란 일본식 용어로 잎면이나 줄기에서 직각으로 뻗은 털을 말하며 한자로는 開出毛(개출모)라고 쓴다.
▶삼색싸리(var. tricolor Nak.) : 기꽃잎이 백색, 날개꽃잎이 자주색, 용골꽃잎이 홍색으로 3가지 색깔의 꽃이 핀다. 완도 및 진도에 자란다.
▶흰조록싸리(for. albiflora Uyeki) : 접형화의 모두가 흰꽃이 핀다.
▶늦싸리( var. elongata Nakai) : 잎이 좁고 꽃이 늦게 핀다.
등록명 : 조록싸리
학 명 : Lespedeza maximowiczii C.K. Schneid.
분 류 : 콩과 싸리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우리나라, 중국, 일본
중국명 : 관엽호지자(宽叶胡枝子)
일본명 : チョウセンキハギ(朝鮮木萩)
수 고 : 1~3m
특 성 : 직립
줄 기 : 다분지, 근원주형, 약한 릉, 암갈색, 백색소유모
잎형태 : 우상복엽 3소엽
탁 엽 : 피침형 첩형, 4~5mm, 갈색
엽 병 : 1~4.5cm, 소유모
소 엽 : 관타원형, 난상타원형, 선단 점첨도급첨, 단자첨, 기부원형 혹 원설형
크 기 : 3~6(9) x 2~4cm
엽 모 : 상면 암록색, 소단모 하면 담록색, 첩생단유모
화 서 : 총상화서 액생, 초출엽
총화경 : 3~5cm, 혹 정생 원추화서
소포편 : 난형 난상피침형, 1mm, 갈색, 단유모
화 경 : 3mm, 단유모
화 악 : 종상, 4~5mm, 5렬지중부, 열편난상피침형, 선단급첨, 상방2렬편합생 교고, 외면단유모
화 관 : 자홍색, 8~10mm
기 판 : 도란형, 9~10mm, 선단미요, 기부단병
익 판 : 장원형, 기반과 용골판보다 짧음, 6~8mm, 기부 이와 세장판병
용골판 : 만도형, 8~9mm, 기부 이와 세장판병
자 방 : 모, 단병
열 매 : 협과, 난상타원형, 15 x 10mm, 표면유망문, 단유모
화 기 : 7~8월
과 기 : 9~10월
용 도 : 싸리비, 삼태기, 울타리, 사방용, 사료, 밀원식물, 염료
내한성 : 영하 2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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