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학명 Rhododendron 'Kirishima'라고 하여 국명을 아잘레아 ‘기리시마’라고 등록된 수종이 있다. 기리시마라면 일본 원산의 무도철쭉 즉 キリシマツツジ(霧島躑躅)를 말하는데 이 수종은 처음에는 독립된 종으로 학명 Rhododendron obtusum으로 또는 구주철쭉의 변종으로 Rhododendron kiusianum var. sataense라고 발표되었다가 최근에는 교잡종으로 인정되어 학명을 주로 Rhododendron x obtusum (Lindl.) Planch.라고 표기하며 그 부모종으로는 구주철쭉(九州躑躅)과 일본에서 산철쭉이라고 불리는 캠퍼철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 그 원산지가 일본 규슈의 무도산 즉 기리시마산이기에 일본에서 기리시마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 기리시마(Kirishima)를 무도철쭉의 특정 원예종의 이름으로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에는 기리시마철쭉이 원산지인 규슈의 구루메(久留米)지역에서 처음 재배되면서 많은 원예품종들이 탄생하였는데 이들을 특별히 구루메쯔쯔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중에 수도인 에도에 와서도 다시 많은 품종들이 탄생하게 된다. 따라서 기리시마쯔쯔지 즉 무도철쭉은 그 품종이 무수히 많은데 어떤 특정 수종을 'Kirishima'라고 지칭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그렇게 쓰는 사람들이 당연히 없다.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에서는 등록된 원예품종들의 등록자를 밝히지 않고 있으므로 어디에 있는 어떤 수종을 그렇게 등록하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데 마침 이 수종은 천리포수목원에서 홈페이지에 영산홍 ‘키리쉬마’라고 올린 정보가 있어 천리포에서 등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천리포의 그 사진을 살펴보니 백색에 자색 반점이 강한 꽃부리에 수술 10개로 구성된 꽃이 피는 품종이다. 기리시마쯔쯔지도 에도에서 개발된 시로기리시마(しろきりしま) 즉 백무도(白霧島)철쭉이라고 흰색 꽃이 피는 품종도 있지만 천리포에서 영산홍 ‘키리쉬마’라고 올린 사진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시로기리시마는 윗쪽 꽃잎 안쪽에 있는 반점이 짙은 자색이 아니고 다소 옅은 녹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차이점은 기리시마쯔쯔지 즉 무도철쭉은 수술이 5개라는 것이 특징인데 천리포의 사진 속 꽃은 수술이 10개나 된다. 그래서 기리시마쯔쯔지가 아닌 것은 분명하고 다른 품종인 것 같은데 아마 일본의 히라도쯔쯔지(平戸躑躅) 교가노코(京鹿の子)라는 품종이 아닌가 한다.
히라도쯔쯔지는 일본의 규슈의 남서쪽 나가사키현 끝에 있는 히라도(平戸)성의 무사들 집안에서 재배하던 진달래속 수종들인데 히라도가 지리적인 이점으로 예로부터 교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오키나와 제도 원산 케라마철쭉(ケラマツツジ, 慶良間躑躅)과 중부일본 원산 거미철쭉(モチツツジ, 黐躑躅) 서부일본 원산 키시쯔쯔지(キシツツジ, 岸躑躅) 그리고 타이완과 중국 광동 원산인 심스아잘레아 즉 중국명 두견(杜鵑) 등 각지의 철쭉이 반입되어 사원이나 사무라이 가문의 저택에서 재배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 이종간에 복합적인 자연교잡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이들 가운데 특히 아름다운 수종들만 계속 선발하여 재배하였기에 히라도지방 특유의 다양한 색상의 큰 꽃이 피는 다수의 변종이 탄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등록된 아잘레아 ‘기리시마’는 그 존재가 불투명하며 만약 일본 원산의 다른 품종을 이 이름으로 등록하였다면 제대로 파악하여 등록함이 마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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