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산앵도나무아과

1704 파스향나무 – 북미 원산 가울테리아속 모식종

낙은재 2022. 2. 11. 08:27

파스향나무
파스향나무
파스향나무

 

우리나라 국표식(국가표준식물목록의 약칭)에 파스향나무라고 등록된 학명 Gaultheria procumbens인 키가 겨우 10~15cm인 지피식물이 있는데 이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아속 가울테리아족 가울테리아속의 모식종이다. 우리나라에 2011년 당시 이 가울테리아속으로 모두 6개의 외래종을 등록하고 있는데 나머지 5종은 일목요연하게 모두 ‘가울테리아 xxx’라는 국명을 붙였는데 이 수종만 독특하게 파스향나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런데 이 수종이 이 속의 곁다리가 아니고 그 반대로 이 속의 대표격인 모식종(type species)이다. 대개 속명과 다른 이름을 특별히 붙일 경우는 우리 자생종이거나 외래종이라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미 굳어진 이름이 있을 때이다. 그런데 누가 파스향나무를 알고 있다고 이런 해괴한 이름을 붙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리고 파스향이 도대체 무슨 향이란 말인가? 국내서 파스란 타박상이나 근육통 따위에 쓰는 바르거나 붙이는 소염진통제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이는 일본을 통하여 들어 온 독일어 pasta에서 유래된 것으로 영어로는 paste가 되어 연고나 치약을 뜻하므로 우리가 말하는 파스의 영어 표현 pain relief patch나 liquid painkiller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래서 파스는 결국 국적이 애매한 일본식 외래어이다. 그 냄새도 제품마다 다른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 미국과 캐나다 원산의 이 수종에는 일반 영어 이름이 여러 개 있지만 파스라는 이름은 당연히 없다. 영어에는 파스라는 말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이름이 있겠는가?

 

지면을 낮게 기면서 자란다.

 

그런데도 이런 이름을 국내서 붙인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상록수이기때문에 American wintergreen이라고 불리는 이 수종의 잎에서 추출한 오일을 wintergreen oil이라고 한다. 원산지에서는 이 오일은 아스피린과 비슷한 효과가 있어 류마티즘이나 두통 열 인후통 등의 치료에 써왔다. 이 오일에는 달콤한 박하향이 강하게 나는 살리실산 메탈(methyl salicylate)이라는 성분이 무려 98%나 되기 때문에 살리실산 메탈을 아예 wintergreen oil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서 유행하는 물파스의 주 성분이 바로 이 살리실산 메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파스의 향이 나는 나무라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이 수종이 지구에 나타난 것은 우리 인간들보다 먼저일 가능성이 높고 서양인들에게 발견되어 학명을 얻은지도 벌써 270년이 되어 가는데 어떻게 최근에 어느 제약회사의 특정제품 냄새와 비슷하다고 그런 이름을 붙일 생각을 다할까 정말 놀랍다. 특정 서양인들의 이름으로 된 식물명만으로도 피곤한데 이제는 제약회사 약품명까지 등장한다는 것인가. 그것도 우리 독창적인 발상은 아닌 것 같고 일본에서 이를 붙이는 파스 즉 습포제(濕布劑)의 냄새가 난다고 표현을 하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헐!! 여하튼 영어권에서는 그 외에도 북미 동부에서 나는 이 수종의 향이 좋은 잎으로 차를 마시기 때문에 eastern teaberry라고도 하며 열매 단면의 반듯한 무늬 때문인지 checkerberry라고도 불리거나 그 연유는 알 수 없으나 boxberry라고도 불리는 등 매우 다양한 별명이 있다.

 

파스향나무에서 추출한 윈터그린 오일

 

1753년 린네에 의하여 명명된 파스향나무의 학명 Gaultheria procumbens L.의  속명 Gaultheria는 이 수종의 표본을 채집한 린네의 17명의 사도중 두 번째로 해외 파견되어 1747년부터 1751년까지 북아메리카에서 동식물을 탐사한 핀란드 출신 식물학자인 Pehr Kalm (1716~1779)이 그의 캐나다 퀘벡 탐사를 지원한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식물학자인 Jean François Gaultier(1708~1756)의 이름으로 명명해 줄 것을 희망하였기에 스승인 린네가 그대로 따라서 발표한 것이다. 종소명 procumbens는 지면을 기면서 즉 포복으로 자란다는 뜻이다. 가울테리아속은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뜻밖에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수종들이 있다. 전세계 무려 280여 종이 분포하는데 그 중에서 25종이 중국에 분포하며 일본에는 3종이 분포한다. 가울테리아의 열매는 그 색상이 적색 청색 백색 등 매우 다양한데 이상하게 중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백색 열매가 달린다는 의미에서 각각 백주수(白珠树)속과 시라타마노키(白玉の木)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6개 종 중 4종은 아메리카 원산이고 나머지 두 종은 중국과 일본에서 온 종들이다. 파스향나무의 경우는 중국에서 편평하게 퍼지면서 자란다고 평포백주수(平铺白珠树)라거나 영어 wintergree에서 온 이름인 동청백주수(冬青白珠树)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히메코우지(ヒメコウジ, 姫柑子)라고 즉 왜성 감귤이라고 한다. 

 

중국 원산의 가울테리아 쿠네아타(좌)와 일본 원산의 가울테리아 미쿠엘리아나(우)

 

등록명 : 파스향나무

학   명 : Gaultheria procumbens L.

분   류 : 진달래과 가울테리아속 상록 포복성 관목

원산지 : 캐나다, 미국 동부

영어명 : eastern teaberry, checkerberry, boxberry, American wintergreen

중국명 : 평포백주수(平铺白珠树)

일본명 : ヒメコウジ(姫柑子)

수   고 : 10~15cm

잎특징 : 상록, 타원형, 2~5 x 1~2cm, 강한 향기

꽃특징 : 단생 또는 총상화서, 종형, 5mm 길이, 백색

개화기 : 6~7월

열   매 : 장과, 홍색, 지름 6~9mm, 10월부터 봄까지 겨우내내 유지

용   도 : 아로마 오일, 식용, 정원수, 껌 캔디 치약의 원료

내한성 : 영하 40도

특   기 : 영국 RHS의 AGM수상

 

파스향나무
내한성이 강하지만 화분에 재배하는 경우도 많다.
파스향나무
파스향나무
10개인 수술에는 4개의 바늘 모양의 돌기가 있다. 
열매로 보이는 것은 꽃이 진 다음 팽창한 꽃받침이며 진짜 열매는 그 속에 있다.
파스향나무
파스향나무
윈터 펄이라는 원예품종 - 열매가 겨우내내 달려 있다.
크리스마스 베리로 불리는 원예종 빅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