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꽃속 즉 Enkianthus속은 진달래과를 아과로 세분할 경우 Enkianthoideae아과 즉 등대꽃아과로 분류되는데 이 아과는 등대꽃속 하나로만 구성되어 있다. 전세계 등대꽃속은 모두 14종인데 이들을 몇 개의 section 즉 조(組, 일본에서는 절이라고 함)로 세분하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종들은 모두 Sect. Racemus 즉 총상화서조로 분류되고 이 단풍철쭉 한 종만 산형화서이므로 Sect. Enkianthus 즉 적종화조로 분류된다. 적종화(吊鐘花)란 이 속의 모식종인 중국 원산의 Enkianthus quinqueflorus를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등대꽃속 수종들이 자생하지 않는 데다가 널리 보급되지도 못하여 일반인들은 물론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국명 단풍철쭉의 학명이 Enkianthus perulatus (Miq.) C.K.Schneid.인 것을 아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정확하게 단풍철쭉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원산지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정확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혼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따라서 등대꽃 수종들에 대하여는 구글 등으로 검색한 자료를 쉽게 믿으면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붙인 단풍철쭉이라는 이름 그대로 모두들 이 수종의 단풍이 아름답다고는 말하지만 앞에서 다룬 팔리빈등대꽃나무나 숙은등대꽃나무의 단풍도 단풍철쭉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리고 혹자는 꽃의 색상이 백색인 점을 구분 포인트로 삼지만 등대꽃에도 백색 변종이 있고 숙은등대꽃나무는 원종이 백색이라서 이 또한 구분점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section의 차이점을 알면 단풍철쭉은 너무나도 쉽게 구분이 된다. 우선 꽃차례(화서)가 단풍철쭉은 산형화서(伞形花序)이라서 가지 끝 하나의 지점에서 꽃자루가 사방으로 나와 마치 우산을 펼친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종들은 모두 총상화서(总状花序)이므로 하나의 긴 화서축에 밑에서부터 같은 길이의 꽃자루가 어긋나게 나와 그 끝에 꽃이 차례로 피는 구조이므로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따라서 아무리 백색 꽃이 피어도 그리고 아무리 단풍색상이 아름다워도 산형화서가 아니면 단풍철쭉은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다.
구분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 가을에 열매를 보면 단번에 매우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등대꽃속 수종들의 꽃차례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아래로 처진다. 그리고 꽃도 화서축과 같은 방향으로 사선 또는 아래로 향하여 핀다. 하지만 대부분 수분이 끝나고 열매가 성숙할 때부터 열매 바로 밑부분 열매자루가 위로 거의 180도 꼬부라져 하늘을 향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마치 갈고리같이 휘어진 모습이라고 중국에서는 중국등대꽃나무를 별명으로 구종화(钩钟花)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꽃차례가 아래로 처진 상태에서 꽃이 아래로 향하여 피었다가 열매의 단계에서 방향을 바꾸어 위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서축이 거의 없는 단풍철쭉은 개화기에는 꽃자루가 아래로 처지지만 꽃이 열매로 변하면 열매자루 끝이 아닌 열매자루 전체가 위로 솟으면서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간단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을에는 빨간 단풍색만 볼 것이 아니라 열매를 찾아서 그 열매자루를 살펴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그게 꽃의 모양이다. 원래 등대꽃의 속명 Enkianthus가 꽃잎 밑부분이 마치 임신한 듯이 배가 볼록하게 팽대하여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특성이 등대꽃이나 중국등대꽃나무 등 총상화서조로 분류되는 수종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지만 Sect. Enkianthus로 분류되는 모식종인 중국의 적종화에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물론 일본과 대만 원산인 이 단풍철쭉에도 나타난다. 단풍철쭉의 꽃모양을 자세히 관찰하면 등대꽃 등과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꽃의 밑부분이 울퉁불퉁한 것이다. 그 외에도 단풍철쭉의 잎이 마름모형에 가깝고 가지의 분지 형태가 일본의 전통 등잔대인 도다이(燈臺)모양에 가장 가깝다는 점도 단풍철쭉의 특징이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미등록종인 일본 혼슈 원산의 아부라쯔쯔지(アブラツツジ, 油躑躅)의 경우도 가을에 새빨간 색으로 단풍이 들면서 잎 모양도 길쭉하기보다는 마름모에 가깝다. 그리고 돌려나기하는 가지의 분지형태가 일본 전통의 등잔대 즉 도다이(燈臺)를 많이 닮았다고 도단쯔쯔지(ドウダンツツ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 수종만의 특징은 아니다. 다른 수종들도 어느 정도 그런 형태의 가지 모습을 보이므로 이 또한 구분 포인트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학명 Enkianthus perulatus (Miq.) C.K.Schneid.는 원래 네덜란드 국립 표본실을 담당하던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 (1811~1871)이 1863년에 장지석남속으로 분류하여 Andromeda perulata Miq.로 명명하였던 것을 독일 식물학자인 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가 1911년 등대꽃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이 수종은 일본 주재 최초의 영국 외교관이었던 John Rutherford Alcock경(1809~1897)이 일본 나가사키의 이웃집에서 재배하던 것을 최초로 발견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종소명 perulatus는 아린(芽鱗)이라는 뜻으로 털이 없고 적갈색으로 색상이 아름다운 동아가 인편 약 10매에 싸여있어 두드러지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를 일본적종화(日本吊钟花)라는 이름 외에 아린적종화(芽鱗吊鐘花)라고도 한다. 한편 국립대만대학 응소순(應紹舜)교수가 대만에서도 이와 비슷한 종을 발견하여 대만적종화(台灣吊鐘花)라고 칭하고 1976년에 Enkianthus taiwanianus S.S. Ying라는 학명으로 명명한 바 있는데 나중에 일본 도단쯔쯔지의 변종으로 편입되었다가 끝내는 원종에 통합되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통합된 이 단풍철쭉을 대만적종화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 속을 일본의 속명 도단쯔쯔지(燈臺躑躅)을 따라서 등대꽃속이라고 하였으므로 이 수종을 등대꽃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였으나 이미 사라사도단(更紗燈臺)을 등대꽃이라고 하였으므로 이 수종에는 일본에도 없는 이름인 단풍철쭉이라고 붙인 것으로 보인다. 단풍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이 수종만의 특징이 아님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단풍철쭉의 일본명 도단쯔쯔지(ドウダンツツジ)를 한자로는 도단철쭉(灯台躑躅) 또는 만천성(満天星)이라고 쓴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만천성(滿天星)이라고 쓸까? 만천성은 만점성(満点星)이라고도 쓰는데 이는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말한다. 촘촘한 가지에 하얗게 달린 무수한 꽃을 마치 하늘의 무수한 별들에다가 비유한 것이다. 거기에는 중국 도교의 3존신(尊神) 중 하나인 도덕천존(道德天尊)인 태상노군(太上老君)에 얽힌 전설까지 곁들여 진다. 태상노군이 선궁(仙宮)에서 선약을 달이던 중 옥반에 담은 영수(靈水)가 엎질러져 옆에 있던 도단쯔쯔지를 덮쳤는데 그 영수가 항아리모양의 구슬이 되어 온 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이 빛나 보였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하늘 가득한 별이라는 뜻에서 도단쯔쯔지를 灯台躑躅(등대척촉) 대신에 満天星(만천성)이라고도 쓴다는 것이다. 태상노군이 중국 도교의 신선이며 일부에서는 노자가 신격화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영검이 있는 선약과 관련한 전설은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다. 그도 그럴 것이 단풍철쭉은 중국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수종이며 중국에서는 만천성(満天星)이라는 다른 식물이 있는데 그게 하얀 꽃이 가득 피는 숙근안개초인 Gypsophila paniculata를 말한다. 결국 일본의 만천성이나 중국의 만천성이 전혀 다른 식물이기는 하지만 무수한 작은 흰 꽃이 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1991년 일본 도치키현 카라스야마천문대(烏山天文台)에서 새로운 소혹성을 발견하였다. 그 이름을 6786 Doudantsutsuji 즉 도단쯔쯔지(ドウダンツツジ)라고 붙이고 한자로는 만천성(満天星)이라고 쓰며 그 취지는 영어로 ‘the stars of the whole sky’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에게 이 단풍철쭉은 그 이름에서 삼각 등잔대인 무스비도다이(結び灯台)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하늘의 별과 같이 무수한 흰 꽃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수종이 일본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고 가장 널리 보급되었기에 속명도 도단쯔쯔지속이라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를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 속을 등대꽃속이라고 하지만 정작 등대꽃이라는 이름은 이 수종이 아닌 일본의 사라사도단 즉 Enkianthus campanulatus에다가 붙여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서양에 가장 많이 보급된 종은 단풍철쭉이 아닌 등대꽃이다.
일본의 사라사도단(更紗灯台)은 풀이하자면 오색무늬등대꽃이 되는데 그 일본 별명이 후우린쯔쯔지(フウリンツツジ) 즉 풍령(風鈴)철쭉이므로 우리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도단 즉 등대꽃이라는 이름이 못마땅한지 일부에서는 이를 방울철쭉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며 실제로 국내 유통시장에서 그렇게 많이 부른다. 방울은 일본의 풍령(風鈴)과 중국의 적종(吊鐘)이라는 이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초창기 국내 등대꽃속이 등록되기 전에는 이 속을 초롱꽃철쭉속이라고 하며 단풍철쭉을 초롱꽃철쭉이라고 하고 등대꽃은 분홍초롱꽃철쭉 숙은등대꽃나무는 붉은초롱꽃철쭉이라고 이름을 붙인 자료도 보인다. 초롱(-籠)은 중국등대꽃나무를 부르는 중국 이름 등롱(燈籠)과 맥을 같이 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등대꽃속을 원산지 일본과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은 다음과 같다. 일본은 도단(燈臺) 풍령(風鈴) 만천성(滿天星) 등으로 부르고 중국에서는 적종(吊鐘)이나 등롱(燈籠)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 중 그 어느 것을 따라도 나름대로 명분이 있지만 도단만은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서 하필이면 왜 이 이름을 따랐는지 알 수가 없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이 속을 적종화(吊钟花)속이라고 부르며 등롱수(灯笼树)를 제외한 모든 수종을 xx적종화라고 일사분란하게 부른다.
아열대인 대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자생지인 혼슈와 시코쿠 그리고 규슈가 상대적으로 온난한 지역이라서 혹한지인 홋카이도에서도 자생하는 등대꽃보다는 내한성이 약한 영하 23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울 홍릉수목원은 물론 가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여기 양평에서도 잘 견디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내한성은 문제가 안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때 이 수종이 우리나라 지리산에서도 발견되어 우리 자생종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표본이나 사진 등 아무런 정보가 안 보이고 아직도 국표식에 외래재배종으로 분류된 것으로 봐서는 국내 자생설은 잘못된 정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원산지 일본에는 잎의 사이즈가 길이 2~3cm에 너비 1.5~2.5cm로서 보다 넓은 히로바도단쯔쯔지(ヒロハドウダンツツジ) 즉 광엽등대철쭉(広葉灯台躑躅)도 있으나 국내는 미등록 상태이다.
등록명 : 단풍철쭉
학 명 : Enkianthus perulatus (Miq.) C.K.Schneid.
분 류 : 진달래과 등대꽃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일본, 대만
일본명 : 도단쯔쯔지(ドウダンツツジ)
중국명 : 대만적종화(台灣吊鐘花) 아린적종화(芽鱗吊鐘花)
수 고 : 4m
동 아 : 난형, 황갈색 적갈색 인편 10매
잎특징 : 견지질, 마름모형, 도란형, 2~4 x 1~2cm, 주홍색 단풍
꽃차례 : 산형화서, 꽃자루 8~12mm, 꽃이 먼저 개화
꽃받침 : 5렬, 열편 3각형, 2~3mm
꽃부리 : 백색, 항아리형, 8~9 x 6~7mm, 5렬, 구부 좁아짐, 열편 3각형 1~1.2mm
수 술 : 10개 화약 돌기 2. 화사 선상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영하 23도
특 기 : 이 단풍철쭉에는 진달래과 수종들에게 흔히 보이는 독성이 없다는 일본의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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