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산사나무속

1920 산사나무 = 아가위, 산리홍, 당구자

낙은재 2024. 2. 27. 20:24

산사나무

 

 

사과나무만한 높이 6m의 소교목으로서 줄기에 1~2cm 길이의 가시가 있고 잎이 3~5개 큰 날개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며 늦봄에 지름 1.5cm의 백색 꽃이 다수 모여서 산방화서를 이루면서 피고 가을에 열매가 지름 1~1.5cm 크기의 심홍색으로 익는데 움푹하게 들어간 열매 끝 주변에 5개의 꽃받침이 오랫동안 남아있는 산사나무는 장미과(科) 아몬드아과(亞科) 사과나무족(族) 산사나무속(屬)으로 분류된다. 사과나무족은 사과나무 속외에도 이 산사나무속과 배나무속 모과속 명자나무속 팥배나무속 아로니아속 윤노리나무속 마가목속 채진목속 비파나무속 홍가시나무속 개야광나무속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다양한 수종들이 포함된다. 다만 봄꽃의 대명사인 행앵도리(杏櫻桃李) 즉 살구나무와 벚나무 복사나무 그리고 자두나무는 사과나무족(族)에 포함되지 않고 아몬드족(族)의 벚나무속(屬)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속으로 모두 분류된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벚나무와 자두나무 살구나무 복사나무 그리고 매실나무와 귀룽나무 이스라지 풀또기 앵도나무 등을 뚜렷하게 구분되는 엄연히 다른 나무들로 인식하므로 각각 별도의 속으로 분류될 것 같지만 서양의 식물분류법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가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Prunus속 즉 벚나무속을 구성하는 하나의 종(種)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니까 사과꽃 배꽃 산사꽃은 각각 하나의 속(Genus)을 구성하지만 복사꽃 살구꽃 벚꽃 자두꽃 등은 하나의 종(Species)에 불과하여 급이 다르다는 말이다. 나름대로 논리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말 이게 제대로 된 식물분류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에서는 행앵도리(杏櫻桃李)에 관하여 국제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일부는 독자적인 분류법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은 그들의 대표적인 꽃나무인 벚나무의 학명을 우리와 달리 표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각설하고 여하튼 산사나무는 행앵도리와 같이 꽃이 뛰어나게 아름답지도 않고 잎의 모양이나 단풍 색상이 매우 아름다운 것도 아니라서 결코 인기 높은 정원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국내서는 경제성이 아주 높은 유실수도 아니며 약성이 매우 뛰어난 약용수도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열매를 가공하여 매우 다양하게 식용하여 왔다.  그들은 산사열매로 산사병(山楂饼) 산사고(山楂糕) 산사편(山楂片) 산사조(山楂条) 산사권(山楂卷) 산사장(山楂酱) 산사즙(山楂汁) 초산사(炒山楂) 과단피(果丹皮) 산사차(山楂茶) 및 당설구(糖雪球) 등을 만들어 식용했다. 그래서 비록 신맛이 강하여 생식하는 과일나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민가에서 더러 재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선 후기인 1782년 출간된 역어유해에서 산사 열매를 산리홍(山裡紅) 아가외라고 식이(食餌)편 과일의 일종으로 다뤘다. 그리고 산사는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위장과 혈류개선 등의 약으로도 쓰였다. 특히 최근에는 항암과 면역력 증강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나라서 과일주로 인기가 높은지 모르겠다. 산사나무는 가을에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기는 하지만 큰 잎에 많이 가려지는 데다가 열매에 남아 있는 꽃받침 열편이 다소 지저분하게 보여 결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라서 호불호가 있지만 가지가 무성하고 줄기에 가시가 있어 큰 정원의 울타리용으로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큰 열매가 열리거나 붉은 꽃이 피는 품종들이 출시되어 정원수로도 점차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   

 

중국 산사농장에서 수확하는 모습
중국 산사주와 우리나라 산사춘
산사병과 산사고
산사조와 산사권
초산사와 과단피
산사차와 당설구

 

 

산사나무속은 유럽을 포함한 북반구 온대지방이라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생하기에 일찍이 유럽인들에게 알려져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 이미 11종에다가 학명을 부여한다. 그 이후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수많은 수종들이 발견되어 한 때 1,000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재는 많이 정리되어 220~290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20종이 우리나라에도 등록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우리 자생종인 산사나무와 아광나무(뫼산사나무) 두 종도 포함되어 있다. 산사나무속의 속명 Crataegus는 그리스어 kratos에서 온 것인데 원래 뜻은 강하다는 것으로 이 수종의 목재와 날카로운 가시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원래 린네가 산사나무속을 창설할 당시에는 Crataegus oxyacantha L.를 모식종으로 삼았지만 이 수종의 실체가 모호하여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학자들마다 각각 다른 수종의 이명으로 처리하고 있어 뚜렷한 모식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이다. 우리나라 함경도에서부터 제주도까지 거의 전역에서 자생한다는 산사나무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중북부지역과 러시아 시베리아 등지에서 자생한다. 이 수종은 중국 북경 교외에서 채집된 표본을 대상으로 러시아 식물학자인 Alexander Georg von Bunge(1803~1890)가 1835년 우상심렬(羽状深裂) 즉 잎이 날개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다고 그런 뜻의 종소명을 사용하여 Crataegus pinnatifida Bunge라는 학명을 부여한 것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이 수종을 Chinese hawthorn이라고 부르다.

 

그리스 신화의 힘과 권력의 신  kratos와 산사나무의 깊게 갈라지는 잎

 

 

홋카이도에서 일부 수종이 극히 제한적으로 발견되는 것 외에는 산사나무가 자생하지 않는 일본과는 달리 중국에는 17종이나 자생한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바로 이 산사나무를 대표적인 수종으로 삼아서 그냥 산사(山楂)라고 부르고 있다. 약과겸용(药果兼用) 수용이라서 쓸모가 많아 중국에서의 재배역사는 매우 길다. 기원전 전국시대에 엮어진 중국 최초의 사서인 이아(尔雅)에 산사나무가 처음 등장하는데 진나라 학자 곽박(郭璞, 276~324)의 주석을 참고하여 명대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설명하기를 《尔雅》云:‘朹树如梅,其子大如指,赤色似柰, 可食。’此即山楂也。”山楂在中古代又称为猴楂、鼠楂,因“猴、鼠喜食之”。이라고 했다. 풀이하자면 “이아(尔雅)에서 구수(朹树)의 수형은 매실나무와 같고 열매의 크기는 손가락만하며 능금과 같이 붉으며 식용 가능하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는데 이게 바로 산사(山楂)라는 것을 이시진이 밝혀낸다. 그리고 부언하기를 “고대 중국에서 원숭이와 쥐가 좋아하는 먹이라고 후사(猴楂) 또는 서사(鼠楂)라고도 불렀다.”라고 했다. 그리고 중의학계에 산사나무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당대(唐代) 쓰여진 신수본초(新修本草)로서 거기에 적조초(赤爪草) 적조실(赤爪实)이라는 약재명이 나오는데 이 또한 산사를 말하는 것이라고 이시진이 풀이했다. 그리고 산사나무 관련 중국 전설에 석류(石榴)라는 미모의 아가씨와 백형(白荆)이라는 총각의 이야기가 있다. 황제의 청을 거절하여 결국 죽어서 둘 다 가시(荆) 있는 나무로 변하여 붉은 열매를 맺자 사람들이 석류라고 불렀다. 그러자 황제는 그 나무마저도 베어버리고 사람들에게 산중의 사재(渣滓) 즉 찌꺼기라는 뜻인 산사(山渣)라고 부르라고 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의 굳은 절개를 높이 사 산사(山楂)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설도 있다. 남송시대 광종(재위 1189~1194)이 아끼는 황귀비가 불치의 병에 걸렸다가 당구자(棠球子)와 흑설탕을 먹고 치유되었다는데 그 당구자가 바로 산사 열매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오늘날의 과일사탕 빙탕후루 즉 빙당호로(冰糖葫芦)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중국에서 산사나무를 부르는 이름이 워낙 다양하였으나 명대 이시진이 산사(山楂)라고 하자 자연스럽게 통일되었다고 한다. 그는 본초강목(本草纲目)에서 산사는 小树生高五六尺,叶似香葇,子似虎掌爪,木如小林檎,赤色。出山南申, 安, 随 等州……赤爪、棠梂、山楂 一物也.라고 “높이 5~6척의 작은 나무로서 잎은 향유를 닮고 열매는 호랑이 발톱 같으며 작은 능금나무와 같이 붉게 익는다. .…. 적조(赤爪)와 당구(棠梂) 및 산사(山楂)가 모두 같은 수종이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산사육과 탕후루

 

 

위에서 언급된 이름들을 살펴보면 맨 처음 구(朹)는 이 수종을 표기하기 위하여 만든 한자로 보이고 나머지 사(楂)는 ‘时珍曰 ∶ 山楂,味似楂子’라고 이시진이 그 열매의 시면서도 떫은 맛이 사자(楂子) 즉 중국명자꽃 열매와 비슷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음이 같기에 楂를 査로도 많이 쓴다. 그리고 한자 당(棠)과 체(棣)를 우리는 둘 다 아가위라고 풀이하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대체로 당(棠)은 자작잎배나무를 체(棣)는 이스라지로 인식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과즙이 있는 작고 둥근 열매 즉 서양의 berry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되면 당구자(棠球子) 또한 작고 둥근 열매라는 뜻이 된다. 적조실(赤爪实)은 붉은 발톱 열매라는 뜻인데 산사자 특유의 호랑이 발톱 같은 날카로운 꽃받침 열편이 남아 있는 붉은 열매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한 것이다. 이 외에도 땅이 넓은 만큼 중국에서는 다양한 이름이 있는데 그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이 끝이 없다. 朹梅(구매) 棠子(당자) 赤枣子(적조자) 酸枣(산조) 山里红(산리홍) 山里红果(산리홍과) 山里果子(산리과자) 映山红果(영산홍과) 红果(홍과) 海红(해홍) 酸梅子(산매자) 山梨(산리) 酸查(산사) 山查果(산사과) 山查扣(산사구) 酸楂石榴(산사석류) 등이다. 명대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주창한 산사(山楂)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다양하게 불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 이름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 선조들의 문헌에도 중국의 다양한 이름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악편이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고 적조실(赤爪实)이라고 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우리나라 이름에 대하여 파악해 보자.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보면 산사나무에는 유난히 순수 우리말 이명이 많다. 그 중 동배나무 아가위나무 아그배나무 애광나무 질배나무 찔구배나무 등 6개나 기재되어 있다. 이 외에도 북한 정명인 찔광나무가 있고 1912년의 ‘조선주요삼림수목명칭표’와 1919년의 ‘조선의 구황식물’에 수록된 길광이나무도 있다. 순수 우리말 이름을 분류해 보면 아가위나무와 아그배나무 애광나무 그리고 또 다른 우리 자생종의 이름인 아광나무에서 어떤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아가외가 줄어서 아광이나 애광이 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가위는 우리 기록에 처음 등장한 초창기 16세기부터 아가외로 표기되다가 최근인 19세기 말에 와서 아가위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아가+외로 즉 작은 외(瓜)로 풀이하는데 모과(木瓜)를 나무에 달리는 참외라는 것은 선뜻 수긍이 가도 산사나무의 그 작은 열매에서 오이나 참외가 연상된다는 것은 솔직히 와 닿지 않는다. 차라리 아기 배라고 풀이되는 아그배에서 아가위로 변한 것이라면 납득할 수는 있어도 과거 우리 문헌에 산사나무를 한결같이 아가외 또는 아가위라고 표기되어 있어 그런 가설은 주장하기조차도 어렵다. 여하튼 한글이 창제된 지 약 80년 후 조선 중종 22년인 1527년에 어문학자 최세진(崔世珍)이 지은 어린이용 한자 학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 한자 당(棠)과 체(棣)를 모두 한글 아가외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이후 동의보감(1613년)에서 산사자(山楂子)를 아가외라 하고 역어유해(1782년)에서도 산리홍(山裡紅)을 아가외로 하는 등 수많은 문헌에서 거의 모두 아가외라고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만약 아가외에서 아그배로 변한 것이 아니고 아그배에서 아가외→아가위로 변한 것이라는 가설이 성립하면 모든 것이 저절로 풀이가 된다. 가시가 있다는 것이 내포된 질배나 찔구배 나아가서는 질광이나 찔광까지도 말이다. 배를 뜻하는 한자어 梨(리)가 그 자체로는 배나무를 뜻하여 제법 큰 열매가 연상되지만 배나무 중에서도 두리(豆梨) 즉 콩배는 엄연히 배나무의 일종이지만 그 열매 사이즈가 말 그대로 콩만하게 작다. 그리고 중국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당리(棠梨)나 두리(杜梨)도 작은 열매라는 것이 국내 사대부들에게 널리 알려져 국내에서는 엉뚱하게 팥배나무로 오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과는 달리 야리(野梨)는 국내에서는 야광나무 등 꽃사과들의 작은 열매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그렇다면 산사나무나 야광나무 등 꽃사과나무들의 열매를 아가+배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한 이름이 되고 이게 변하여 아가외로 다시 아가위가 되는 것은 추석인 한가배(嘉俳, 漢嘉會)가 한가외에서 한가위로 음운이 변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희(柳僖, 1773~1837)가 1820년경 편찬한 물명유고(物名類考)에는 산사(山樝)의 한글표기를 아가위와 아가배를 병기하고 있어 둘이 동일함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아가위가 작은 참외라는 주장은 전혀 수용하기 어렵고 작은 배 즉 아가배에서 유래된 이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산사나무 열매에는 반점이 있어 크기는 작지만 배 같은 느낌이 좀 들기는 한다. 이렇게 되면 훈몽자회에서 한자 당(棠)을 아가외라고 풀이한 것은 매우 적절한 풀이로 판단된다. 산사나무는 우리 자생종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우리 이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작은 배라고 아가배라고 불리다가 훈몽자회 당시인 16세기에 와서는 이미 음운이 변하여 아가외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棠(당)을 국내에는 없는 자작잎배나무라고 작은 열매가 달리는 배나무의 일종이라고 하며 棠(당) 앞에 海(해)를 붙여 해당(海棠)이 되면 바로 현재 우리의 아그배나무를 포함한 꽃사과나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배 모양의 작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 다수를 아그배나무라고 하였는데 산사나무는 처음 아그배나무에서 아가위나무로 변하고 다시 한자 이름 산사나무로 변하였지만 꽃사과나무 중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아그배나무라고 불리는 수종이 있고 야광나무라고 불리는 수종도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면 결국 서양의 berry와 중국의 당(棠) 그리고 우리의 아가위(아그배)가 일맥상통하는 용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자어 당(棠)을 아가위나무 즉 산사나무라고만 풀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해당(海棠)이라고 불리는 꽃사과나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수 우리말 이름인 황해도 방언이라는 동배나무나 경기도 방언이라는 통배나무도 있는데 뭔가 배(梨)와 관련된 것 같지만 그 정확한 어원을 누가 알겠나 싶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말 식물 이름의 어원은 정말 파악하기 어렵다. 그만큼 외국에서는 식물 이름의 어원을 중시하여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 이제부터는 우리 고문서에 기록된 한자어 이름을 알아보자. 중국에서도 16세기 후반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산사(山楂)라는 이름을 쓰기 전까지 다양한 이름이 난립하였기에 우리나라도 당연히 매우 다양한 이름이 등장한다. 우선 훈몽자회에서 당(棠)을 아가위나무라고 풀이하였기에 산사나무를 당(棠)으로 표기한 것도 있을 법하지만 실제 우리 고문서에 당(棠) 한자로만 표기된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당리(棠梨)나 감당(甘棠)은 흔하게 보이지만 이게 중국에서 유래된 말이라면 거의 대부분 두리(杜梨) 즉 자작잎배나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수종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 실체를 파악하느라고 우리 선조들은 무척이나 고생을 한 것 같다. 대부분 국내에 흔한 팥배나무라고 인식하였는데 실제 중국에서는 팥배나무를 수유화추(水榆花楸)라고 부르며 배나무의 일종으로 절대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내서 그렇게 오인한 이유는 우선 이 나무의 키가 커서 옛날 소공이 그 아래서 정사를 볼 만한 공간이 되며 꽃이 희고 열매가 작고 색상이 갈색이라서 팥배의 자색과 유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순 우리말로 아가배 또는 아가외로 불리던 산사나무는 작은 배나무라는 뜻인 당리(棠梨)로는 거의 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일이 찾아보지는 못하였지만 산사나무의 최초의 기록은 세종조 사가정(四佳亭)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문집인 사가집(四佳集)에 수록된 중추(中秋)라는 시에 산리홍(山梨紅)이 처음인 것 같다.

 

당리(棠梨)라는 자작잎배나무인데 이걸 팥배나무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중추(中秋) - 서거정(徐居正)작 한국고전번역원 임정기(역)

 

天地中秋節(천지중추절)

천지는 온통 중추절이 되었는데

江湖一病翁(강호일병옹)

나는 강호의 한 병든 늙은이로다

山梨紅結子(산리홍결자)

산돌배는 열매가 이미 붉어졌고

野菊綠成叢(야국록성총)

들국화는 푸른 떨기를 이루었네

雙鬢能添雪(쌍빈능첨설)

두 귀밑은 응당 더 희어지려니와

孤蹤信轉蓬(고종신전봉)

외론 자취는 유랑에 맡길 뿐이네

獨坐雨聲中(독좌우성중)

빗소리 들으며 홀로 앉아 있노라

親朋消息絶(친붕소식절)

친한 벗들의 소식이 끊겼는지라

 

여기서는 글자 그대로 山梨紅(산리홍)을 산돌배라고 번역했지만 실제로는 산돌배는 아니고 산사나무를 뜻한다. 산돌배는 열매가 붉게 익는 것이 아니고 노랗게 익는다. 산사나무를 지칭하는 과거 중국의 여러 이름 중에서 산리(山梨)와 산리홍(山里红)이 합성된 이름 같다.  

 

서거정선생은 한자로 山梨紅(산리홍)이라고 했지만 숙종 16년인 1690년에 간행된 역어유해(譯語類解)에서는 山裡紅(산리홍)이라고 하였으며 山裏紅(산리홍)이라고 쓴 기록도 연행기사(燕行記事)나 이의봉(李義鳳, 1733~1801)의 북원록(北轅錄),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영재집(泠齋集) 등에 나타나고 있어 한자어가 통일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중국 의서에서 나왔다는 당구자(棠球子)라는 이름도 보이는데 한자를 같은 의미의 다른 글자 棠毬子(당구자)로 표기한다. 조선 시대 죽당(竹堂) 신유(申濡, 1610~1665)의 문집인 죽당집(竹堂集) 8권 청원록(淸源錄)에 수록된 病起把酒對公貴峽(병기파주대공귀협)이라는 시에 棠毬子熟滿山紅(당구가숙만산홍) 즉 “당구자가 있어 온 산이 붉게 물들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다가 1578년에 완성되어 1596년에 출판된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영향을 받아 의학자 허준(許浚, 1539~1615)선생에 의하여 드디어 산사라는 이름이 국내에 등장한다. 허준선생은 1608년 간행한 두창에 관하여 기술한 의서인 언해두창집요(諺解痘瘡集要)에서 산사자(山査子) 아가외라고 표기한다. 그 후 1613년 간행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산사자(山楂子) 아가외를 식적(食積)과 숙체(宿滯) 혈괴(血塊) 등의 치료용 약재로 소개하고 일명 당구자(棠毬子)라고도 한다고 기록한다. 산사를 山査와 山楂로 구분 없이 표기하고 있다. 그 이후 수많은 문헌에 산사가 나오는데 때로는 한자를 산사(山樝)로 표기하는 경우도 더러 보인다. 원래 산사 열매의 맛이 명자(榠樝, 榠楂)의 열매와 비슷하다고 붙은 사(楂)이기에 명자의 樝(자)로 표기할 수도 있는데 다만 같은 한자를 우리나라에서는 사로 읽지만 명자일 때는 특별히 자로 읽는다는 점이 다르다. 산사의 중국 정명은 山楂이며 동의보감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한자표기는 山査를 표준으로 삼는다. 가끔 국내서 산사가 산에서 나는 사과(沙果)라고 풀이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자어를 안다면 그렇게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산사가 원래 중국 고문서에서도 赤色似柰(적색사내)라고 奈(내)를 닮았다든지 木如小林檎(목여소임금)이라고 나무가 임금나무와 같다든지 하는 표현들이 있어 사과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지만 산사의 사는 山渣(산사) 즉 山中渣滓(산중사재)에서 산사(山楂)로 변한 것임을 중국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17세기 초 발간된 동의보감 이후 산사자 즉 산사열매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주로 산사육(山査肉)또는 산사병(山査餠) 등으로 불렀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산리홍이나 당구자 등으로 불렀으며 산사자로 만든 떡을 산사병(山査餠)이 아닌 산리홍고(山裡紅糕)라고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영조시대인 1760년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엮은 여지도서(輿地圖書)에 보면 강원도와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및 경상도에서도 산사가 생산됨을 알 수 있다. 이 후 1866년 김정호(金正浩, 1804∼1866)에 의하여 발간된 대동지지(大東地志)에도 평안도 특산물로 산사가 기록되어 있다. 한편 1871년 간행된 의서인 의휘(宜彙)에서는 산사나무를 작은 배나무라는 뜻으로 소리목(小梨木)이라고 표기한 것도 보인다. 일본에서는 18세기 초 약용식물로 도입하여 재배하는 산사나무를 오산자시(オオサンザシ)라고 즉 대산사자(大山査子)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키가 1.5m인 낮은 관목인 중국들산사나무 즉 Crataegus cuneata를 산사자(サンザシ, 山査子、山樝子)라고 하기에 그 보다 크기에 우리 자생종을 큰산사나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편 잎에 큰 결각이 있기에 절엽산사자(切葉山樝子, キレバサンザシ)라고도 한다.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산사나무와 그 변종으로 넓은잎산사나무 즉 Crataegus pinnatifida var. major와 좁은잎산사나무 즉 Crataegus pinnatifida Bunge var. psilosa를 각각 수록하고 있었지만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넓은잎산사나무를 산사나무에 통합하여 이명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많은 학자들은 이 통합론을 따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명 : 산사나무

이    명 : 아가위나무, 당구자, 산리홍, 찔광나무

학    명 : Crataegus pinnatifida Bunge

분    류 : 장미과 산사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자생종, 중국, 러시아

중국명 : 산사(山楂) 산리홍(山里紅), 당구자(棠球子)

일본명 : 오산자시(オオサンザシ) 대산사자(大山査子)

수    고 : 6m

수    피 : 거침, 암회색 회갈색

가    시 : 1~2cm, 없는 경우도 있음

소    지 : 원주형, 당년지 자갈색, 무모 근무모, 소생피공

노    지 : 회갈색

동    아 : 삼각난형 선단 원둔 무모 자색

엽    편 : 광란형 삼각상란형 드물게 마름모형

잎크기 : 5~10 x 4~7.5cm

잎모양 : 선단단점첨 기부절형 관설형 통상 양측 3~5 우상심렬편 열편 난상피침형 대형 선단단점첨 변연첨예 불규칙중거치 상면암록색 유광택 하면엽맥 소생단유모 재맥액유염모

측    맥 : 6~10대 도달렬편선단 도달렬편분렬처

잎자루 : 2~6cm, 무모

탁    엽 : 초질, 겸형 변형유거치

화    서 : 산방화서 다화 지름 4~6cm

총화경 : 유모, 화후 탈락 감소

화    경 : 유모, 4~7mm

포    편 : 막질 선상피침형 6~8mm, 선단점첨 전연 내외무모 내면정단 염모

화    판 : 도란형 근원형 7~8 x 5~6mm, 백색

수    술 : 20, 화판보다 단

화    약 : 분홍색

화    주 : 3~5개 기부 유모, 주두 두상

열    매 : 근구형 이형, 지름 1~1.5cm, 심홍색 천색반점, 악편탈락 지연, 선단원형심와

소    핵 : 3~5, 외면초구릉, 내면양측 평활

개화기 : 5~6월

결실기 : 9~10월

내한성 : 영하 29도

 

산사나무
산사나무
산사나무 열매
우리 자생종 산사나무 가지에는 가시가 거의 없거나 드물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