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의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재배 역사가 길고 문자가 발달한 덕분에 살구꽃에 대하여 읊은 시는 수도 없이 많다. 우선 당나라 이전의 시인으로는 남북조시대의 문학을 집대성하였다고 알려진 북주(北周)의 대문호 유신(庾信, 513~581)이 쓴 행화시(杏花诗)를 들 수 있겠다. 유신은 남양 신야현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수재라는 소리를 들은 천재로서 남조 양나라에서 북조의 서위에 사신으로 간 사이에 나라가 망하여 돌아갈 곳이 없자 서위와 북주에 계속 머물면서 높은 벼슬을 하고 문단의 종사가 되고 황제의 예우도 받았지만 남쪽 고국을 늘 그리워하면서 사람은 그 본분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그가 징조곡(徵调曲)에서 언급한 아래 문구는 그 유명한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落其实者思其树(낙기실자사기수)
饮其流者怀其源(음기류자회기원)
열매를 먹을 때는 그 과일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한다.
왜 이런 말을? 그가 쓴 징조곡(徵调曲)이라는 긴 시 중 위 구절 바로 앞 두 구절을 더 보면 감이 잡힌다.
黎人耕植于义圃(여인경식우의포)
君子翶翔于礼园(군자고상우예원)
백성들은 인의를 근본으로 삼아야 하고
군자는 예교의 밭에서 날아올라야 한다.
결국 세상 모든 사람은 의리(義理)와 예의(禮儀)를 기본으로 삼아 맛있는 열매를 맺어 준 나무와 깨끗한 물을 흘려 보내 준 수원 즉 그 뿌리를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어난 조국은 물론 길러 준 부모의 사랑도 가르쳐 준 스승의 은혜도 사회 생활에서 든든하게 길잡이가 되어 준 선배의 믿음도 너무 쉽게 배신(背信)하는 요즘 세태에 1,500년 전 시인이 설파한 음수사원(飮水思源)이 더 절실히 와닿는 것 같다.
오늘은 그가 쓴 살구꽃에 대한 시를 감상한다. 이 시는 중국에서 대표적인 행화(杏花) 관련 시로 꼽힌다.
杏花诗(행화시) – 庾信(유신)
春色方盈野(춘색방영야)
枝枝绽翠英(지지탄취영)
依稀映村坞(의희영촌오)
烂熳开山城(난만개산성)
好折待宾客(호절대빈객)
全盘衬红琼(전반친홍경)
봄빛이 바야흐로 들판에 가득하고
가지마다 푸른 봉우리 터지네
어렴풋이 촌락을 비추면서
눈부시게 산성을 휘덮는다
귀한 손님 대접하게 꺾어서
금쟁반에 옥같이 담아 바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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