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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달나라 계수나무는? 계수나무, 월계수, 계피나무, 육계나무, 계화, 목서

낙은재 2016. 9. 16. 14:13

어제 한가위 보름달을 쳐다보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나름대로 소원을 빌었겠지만 달 가운데 검은 그림자를 보고서는 우리는 아무래도 윤극영의 동요에 나오는 계수나무 한 그루와 토끼 한 마리를 연상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조금 다르다. 건장한 남자가 도끼로 계수나무를 찍어내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달나라 월궁에는 항아라는 선녀가 있고 토끼와 거북이 등이 있다. 그런데 일본이나 우리의 토끼 전설도 그 근원이 중국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 그 중국의 전설을 한 번 알아보자.


달나라에 갇힌 선녀 항아와 옥토끼


아주 먼 옛날 중국의 요임금시절 하늘에 태양이 무려 10개나 떠서 불지옥을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놀란 요임금이 하늘에 도움을 요청하니 천상의 옥황상제가 활을 잘 쏘는 신 후예(后羿)를 땅으로 내려 보낸다. 그는 지상으로 내려오자 옥황상제의 아들이 변신한 9개의 태양을 활을 쏘아 죽여 없애버린다. 한꺼번에 9 아들을 잃자 화가 난 옥황상제가 후예와 그의 처 항아를 인간세상으로 보내버린다. 지상에 내려온 그들은 어렵게 서왕모에게 하나를 먹으면 불로장생하고 두 개를 먹으면 승천하는 귀한 약을 하나씩 받았으나 그만 항아가 두 개를 다 먹고서 다시 신선이 되어 혼자만 하늘로 8월 15일 올라가 버렸다. 남편을 버려두고 혼자만 욕심을 부렸다고 옥황상제가 항아(嫦娥)를 달에 영원히 가둬버렸다. 지상에 남겨진 후예는 아내가 보고 싶어 선녀의 귀뜸대로 매년 8월 15일 보름달 모양의 떡을 만들어 기도하자 항아가 지상으로 내려와 잠시 부부상봉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것이 한가위 중국 월병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활의 신 후예(后羿)


후예(后羿)와 항아(姮娥)에게 불로장생약을 주는 서왕모(西王母)



승천하는 항아(嫦娥 또는 姮娥로 표기)


월병(月餠)을 만들어 항아를 기다리고 있는 후예(后羿)


그러던 중 오강(吴刚)이란 사람이 염제(炎帝)의 손자가 자기 아내를 겁탈하자 죽여 버린다. 그러자 태양의 신 염제가 오강에게 달에 가서 계수나무를 도끼로 베라는 벌을 내린다. 오강은 무려 500장이나 되는 거대한 계수나무를 끊임없이 도끼로 내려찍지만 나무는 금새 그 상처가 아물고 전혀 베어지지 않고 그대로 영원히 있게된다. 오강의 처는 남편의 처지가 안타까워 겁탈당하여 낳은 염제의 핏줄을 토끼와 두꺼비 뱀으로 변장시켜 달로 보내 남편을 돕게 하였다. 그래서 달에는 항아와 오강 그리고 옥또끼와 달두꺼비 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나라를 월궁 외에도 광한궁(广寒宫), 섬궁(蟾宫)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섬궁이 바로 두꺼비가 사는 궁이란 뜻이다. 여기서의 두꺼비는 오강 처의 아들이 아니라 항아의 변신한 모습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당 이후 과거시험 급제자를 섬궁절계(蟾宫折桂) 즉 달나라 계수나무를 자를 만큼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였다는 뜻으로 썼다.


오강벌계(吴刚伐桂)

오강은 달나라에서 도끼로 베어도베어도 베어지지않는 계수나무 자르는 형벌을 받고 있다.


그럼 여기서 과연 중국인들의 상상 속에 오강벌계(吴刚伐桂)로 표현되는 달나라의 계수는 어떤 나무일까? 물론 정답은 당연히 없다. 그저 상상속의 나무일 뿐이니까. 그러나 나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관련 이름을 가진 나무들이 몇 개가 보이며 국내서 계수에 대하여 여러 분야에서 설왕설래 하기에 그 중 어느 것인지 궁금하다. 우선 말 그대로 계수나무가 있다. 그리고 월계수라는 나무도 있고 우리가 목서라고 부르는 계화도 있다. 심지어는 일부에서는 계피나무와 육계나무까지도 후보군에 포함시킨다. 그리고 저마다 달나라 계수나무가 이거라고 주장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식탁에서 계피로 사용하는 나무와 서양에서 월계관을 만드는 나무 그리고 가을의 향기를 뜻하는 추향과 음력 8월을 대변하는 계화 그리고 하트 모양의 아름다운 잎을 가진 계수나무 이들은 혼동한 글들이 제법 권위있는 전문가들에 의하여 쓰여져 인터넷에서 난무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 이들을 하나하나씩 파악해 본다.


우선 가장 이름이 그럴듯한 계수나무부터 알아보자. 우선 나무 높이가 최대 무려 40m까지나 자라는 동양에서는 가장 높게 자라는 나무 중에 하나라니 달나라의 거대한 계수나무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게다가 낙엽시 향기도 매우 좋다. 계수나무과 계수나무속 학명이 Cercidiphyllum japonicum인 이 나무 우리나라 자생종은 아니다. 이상하게 우리만 빼고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이다. 그럼 이 나무가 진짜 달나라 계수나무? 그러나 우리나라 이름이 계수나무라서 달나라와 계수나무가 확실한 것 같이 보여도 실상은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만 계수나무라고 하기 때문이다. 원산지 중국에서는 향기가 나는 나무라고 연향수(连香树)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도 카츄라(カツラ)로 향이 난다는(香出) 뜻으로 부른다. 그런데 왜 계수나무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일본에서 이를 한자로 계(桂)로 쓰기 때문에 그만 우리나라에 들어 오면서 계수나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원산지와는 달리 계수나무라고 부르니까 중국에서 비롯된 전설 속 달나라의 계수나무라고 우기면 그야말로 바보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많은 자료에서 계수나무가 전설상의 달나라 나무라고 설명하는 것이 보인다. 심지어는 계피도 만들고 우리나라 선조들의 한시에 나오는 계(桂)가 계수나무라는 엉터리 주장도 나온다. 모두 옳지 않다. 최근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통하여 들여온 향기있는 매우 큰 나무인데 국내 그렇게 널리 분포되지도 않았고 아직 국내서는 그렇게 크게 자란 나무도 없어 보인다.


계수나무(桂樹--)

계수나무과 계수나무속 

학명 Cercidiphyllum japonicum


계수나무

계수나무과 계수나무속 

학명 Cercidiphyllum japonicum


두 번째로 이번에는 아예 달나라계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나무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리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동양 3국이 모두 월계수(月桂树)라고 부르는 나무이다. 그러니 더 이상의 논쟁은 필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나무 또한 고대에서 말한 달나라의 계수나무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 나무는 동양이 원산지가 아니고 서양이 원산지로서 비교적 최근에 동양으로 건너온 나무이기 때문이다. 녹나무과 월계수나무속 상록교목으로서 학명은 Laurus nobilis이다. 


서양에서는 승리와 성공의 상징으로 경기의 승자에서 씌워주는 월계관을 만드는 재료이면서 좋은 향 때문에 요리의 재료로도 사용되는 나무이다. 스포츠 영웅뿐만 아니라 뛰어난 시인들에게 주는 칭호 "계관시인"도 백일장 우승자가 이 나무잎 화환을 머리에 쓴 것에서 비롯되는 등 현대에 와서 워낙 지중해 원산 이 월계수가 유명하니까 일부에서 달나라 계수나무에까지 연결시키는 경우가 중국에도 있기는 하지만 이미 한나라 때부터 언급된 계수나무가 최근에 알려진 서양의 월계수일리는 절대로 없다고 본다. 결국 달나라와는 전혀 무관한 서양의 녹나무과 상록교목을 19세기 중국에서 월계수(月桂树)라고 중국 영어사전에 번역하여 올렸기 때문에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따라한 것으로 보이는데 개화기 일본 최고의 식물학자 중 한 명인 토미타로 마키노의 경우 이 것은 잘못된 번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월계수(月桂树)

녹나무과 월계수속 상록교목

Laurus nobilis


월계수(月桂树)

녹나무과 월계수속 상록교목

Laurus nobilis


다음은 일부에서 육계나무나 계피나무도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등록되지 않은 녹나무과 녹나무속 상록 교목으로서 학명은 Cinnamomum cassia이며 원산지 중국에서는 육계(肉桂)로 불리며 별명으로 계(桂)또는 계피(桂皮) 등으로 불리는 나무이다. 그때문에 달나라 계수나무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거리가 멀다. 참고로 요즘 우리가 식탁에서 먹는 계피는 이 육계나무와 스리랑카원산 실론육계나무(锡兰肉桂)라 불리는 Cinnamomum verum의 껍질에서 온 것이다. 이들 나무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탐구하기로 한다. 참고로 계(桂)라는 글자가 들어 가는 나무는 거의 모두 향기가 좋다고 보면 된다. 


육계(肉桂)

녹나무과 녹나무속 상록교목

Cinnamomum cassia


육계(肉桂)

녹나무과 녹나무속 상록교목

Cinnamomum cassia


그럼 계수나무도 아니고 월계수도 아니고 육계나무도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건 바로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금목서, 은목서 등 목서(木犀)로도 불리는 계화(桂花)이다. 잎 맥이 圭를 닮아 계(桂)로 부르고 수피가 코뿔소를 닮아 서(犀)로 부른다고 한다. 이 물푸레나무(목서)과 목서속 계화에 대하여는 앞에서 이미 탐구한 바 있다. 우리나라서는 키가 그다지 높지 않아 관목으로 취급하지만 원산지 중국에서는 최대 무려 18m까지 자라는 교목으로 취급하는 상록활엽수이다. 따라서 신선이 사는 천상의 달나라에서 키가 500장까지 자라기로서니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목서의 학명은 Osmanthus fragrans이다. 2천 5백년 이상의 재배기록이 있는 중국에서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10대명화 중 하나로 꼽히며 이태백과 두보 등 중국 문인들의 수많은 시에 등장하는 계(桂)는 모두 이 목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물론 우리나라 사대부들의 수많은 서화에 등장하는 계(桂)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관광지로 유명한 중국의 계림(桂林)은 바로 이 목서의 숲이란 뜻이다. 


계화(桂花) 또는 목서(木犀)

물푸레나무과 목서속 교목

Osmanthus fragrans

중국 서안에 있는 수령 1,700년된 나무


계화(桂花) 또는 목서(木犀)

물푸레나무과 목서속 교목

Osmanthus fragrans


단목서(丹木犀)

물푸레나무과 목서속


금목서(金木犀)

물푸레나무과 목서속 교목


은목서(銀木犀)

물푸레나무과 목서속 교목


목서(銀木犀)

물푸레나무과 목서속 교목

 

결론적으로 인간이 직접 달나라를 갔다오는 세상에 무슨 달나라 계수나무 타령이냐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떤 나무를 계수나무라고 한 들 무슨 문제가 있으랴? 다만 초창기 중국에서 그리고 과거 우리 조상들이 서화에서 그렸던 달나라 계수나무는 어떤 나무를 염두에 둔 것이지를 내 마음대로 판단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전혀 엉뚱한 나무를 가지고 과거 우리 조상들의 시에 갖다 붙이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비슷한 이름으로 몇몇 나무가 매우 혼란스럽게 불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1. 달나라 계수(桂树)는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모두 목서 또는 계화로 불리는 나무를 칭한다고 보면 된다. 가을 향기나 음력 8월의 상징으로 추향, 계월, 계추 등 이런 말들은 모두 가을에 꽃피는 계화를 두고하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나 중국의 문인들의 시에 등장하는 계(桂)도 거의 모두 계화(목서)로 보면된다. Osmanthus fragrans


2. 육계와 계피는 중국과 스리랑카 원산으로 식용 계피의 원료가 되는 나무인데 우리나라에는 노지재배는 불가능하여 거의 없다. Cinnamomum cassia


3. 월계수라고 불리는 나무는 이름만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달과는 무관한 서양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나무로서 승리와 성공을 상징하는 월계관을 만드는 소재이며 계관시인에서 말하는 계관도 이 나무로 만든다. Laurus nobilis


4. 계수나무는 중국과 일본이 원산인 나무로서 잎모양이 하트형이고 단풍이 예쁘고 꽃과 마른 잎에서 향기가 나는 조경수로서 교목이다.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 온 나무인데 이를 중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향기가 나는 나무라는 뜻인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데 우리만 계수나무라고 부른다. 따라서 달나라 전설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개화시기도 가을이 아닌 봄이다. Cercidiphyllum japonic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