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물푸레나무과/개나리속

276 장수만리화 = 장수개나리, 장수만리화도 향기는 없다.

낙은재 2017. 2. 14. 20:13

장수만리화

사진출처 : 국생정

국생정 기재문과는 달리 거기에 첨부된 위 사진에는 잎 뒷면에 털이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기재문에서 꽃받침열편은 밝은 황색이라고 하였는데 위에서 보이는 색상이 과연 밝은 황색인가? 또한 이 꽃잎의 어디가 비틀려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황해도 재령군 소재 장수산에서 1930년에 처음 발견된 또 하나의 만리화로 불리는 개나리가 있다. 그 자생지의 이름을 따 장수만리화라고 부르며 별명으로 장수개나리라고도 한다. 자생지 북한에서는 장수산향수꽃나무라고 하는데 우리는 장수만리화라고 하는 것은 아마 그 이전에 금강산에서 발견된 개나리를 만리화라고 부른 것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북에서는 개나리를 개나리꽃나무라고 하며 만리화는 그대로 만리화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나무도 장수산개나리꽃나무 또는 장수산만리화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향수꽃나무로 부르고 있어 안그래도 이 나무의 향기 유무에 대하여 혼란이 많은데 정말 헷갈리게 한다. 이는 아무래도 개나리의 중국 이명 여러개 가운데 산서지방 향명인 향화수(香花樹)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국내 그 어느 도감에도 장수만리화가 향기가 있다는 언급은 없는데 일반인들은 물론 수목원 팻말이나 가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쓴 글에서조차도 장수산 특산으로 향기가 만리까지 퍼지므로 장수만리화라고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왜들 이렇게 근거없는 내용이 그렇게도 널리 퍼져 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근거를 찾아보려니 아무래도 아래와 같이 한택수목원의 팻말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처음으로 학계에 소개한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는 처음에는 꽃이 조밀하게 달리는 개나리라고 Forsythia densiflora라고 발표하였으나 나중인 1942년 털이 많다는 뜻인 Forsythia velutina인 학명으로 다시 발표하여 합법명이 되었으며 전자는 그 이명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들 두 학명 어디에도 향기가 있다는 내용은 없다. 


따라서 이 장수만리화 또한 만리화와 마찬가지로 향기가 좋은 중국의 말리화(茉莉花)와 우리말 발음이 동일하기 때문에 혼동되었거나 아니면 또 다른 향기가 좋은 만리향(萬里香)이라고 불리는 나무로 착각하여 향기가 만리까지 가는 것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남한에는 현재 홍릉수목원이나 한택수목원 등 전국 각지의 수목원에만 주로 있는 나무인데 향기가 만리까지 간다고 이름을 풀이한 글들은 수도 없이 많아도 직접 향기를 맡았다는 사람은 없으며 더구나 향기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다는 말은 정말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게 인터넷 정보시대의 문제점이 아니겠는가? 모두 자기들 코를 의심하는 것인지 아니면 식물의 이름을 확신하지 못하여 자신이 없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향기가 좋다는 말을 그냥 앵무새처럼 베껴서 반복하거나 아니면 입을 꽉 다문다.


장수만리화는 아니지만 만리화의 꽃향기가 만리까지 퍼진다고 잘못 설명하고 있다.

인천수목원의 만리화를 인천시남동구에서 소개한 것이다. 거의 모든 수목원에서 이렇게 설명을 한다.


이 나무에 대한 확신이 잘 안서는 이유 중 하나는 장수만리화라고 남한에 있는 나무들이 솔직히 만리화와 뚜렷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가 도감도 제각각 설명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카이가 말한 꽃이 촘촘하게 달린다는 것도 확실하게 수긍하기 어렵고 장수만리화의 가지 기부에 털이 있다고 하며 실제로 털의 존재를 약하게나마 확인한 식물애호가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여러 번 한택수목원에 가면서 촬영한 나의 사진에서 지금와서 보니 털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없다. 물론 자세하게 근접촬영하면 보일지도 모르며 북의 자료에 의하면 햇가지에 잔털이 성글게 나있다고 하므로 털의 존재는 믿어 의심하지 않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명백하게 종을 구분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내가 폰으로 찍은 사진에서는 햇가지의 털이 안보인다.


게다가 잎 뒷면의 털 유무는 도감마다 제각각이다.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한다. 북한 정보에는 신초에 털이 성글게 있다고도 하고 북의 도감에는 털의 유무에 대한 언급은 없고 뒷면이 희무스름하다고만 되어 있다. 대개 희무스럼하다는 것은 백색 단모가 있다는 뜻이므로 털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실제로 한택수목원에 장수만리화라는 명패를 달고 있는 나무의 새잎은 뒷면에 털이 밀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학명 Forsythia velutina에도 벨벳 털 즉 융모가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털이 있는 것이 분명할 것 같은데도 우리나라의 많은 도감들이 잎 양면에 털이 없다고 당당하게 묘사하니 참으로 황당하다. 도대체 털이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확실하게 알지를 못하면 확인을 못했다고 하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관찰하지 못했다'라는 묘사를 서양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과 일본의 도감에서도 봤지만 우리의 허접한 도감들은 그렇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잎 뒷면 맥위 뿐만아이라 뒷면 전체에 짧은 백색 털이 밀생하고 있다.


장수만리화의 도감 묘사가 하도 엉성하니까 최근에 경북 북부 영양지역과 강원도 영월 등지에서 잎이 넓은 개나리를 발견하였는데 뒷면에 털이 밀집하므로 만리화나 산개나리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실체가 불분명한 장수만리화라고 단정하기도 애매하여 <북만리화>라는 엉뚱한 이름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당초 나카이박사가 묘사한 장수개나리의 표본이 실제로 장수산에서 자생하는 것이 아니고 홍릉수목원에 이식된 것에서 채취한 것이므로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한택수목원 등 수목원에 식재된 장수만리화는 말할 것도 없고 홍릉수목원에 식재되어있는 장수만리화도 그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은 별 차이점도 없는 식물을 무리하게 세분하여 업적만을 쌓으려는 식물학자들의 과욕이 빚어낸 혼란이라고도 판단된다. 모두가 개나리이면 어떻고 잎이 좁은 개나리와 잎이 넓은 만리화 둘로만 분리한들 어떠하겠는가? 제대로 구분이 가능한 정확한 특성파악이나 상세한 묘사도 없이 새로운 종으로 세분만 하는 것에 급급한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쉽게 말하면 식물학자 니들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면 우리 일반인들은 어떡하란 말이냐?


등록명 : 장수만리화

이  명 : 장수개나리. 장수산향수꽃나무

학  명 : Forsythia velutina Nakai

이  명 : Forsythia densiflora, Forsythia japonica f. densiflora Marker.

분  류 : 물푸레나무과 개나리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우리 고유 자생종

자생지 : 황해도 재령군 장수산

수  고 : 1~1.5m(3m)

수  형 : 직립

수  피 : 황갈색, 회색, 암회색

줄  기 : 일년생 가지 기부 융모, 속이 계단상 수로 차있음

잎특징 : 광란형, 기부 재형 또는 약심장형, 정단예첨, 변연거치 있거나 없음, 윤기

잎자루 : 8 ~12mm

잎크기 : 4~8 x 2~6cm

잎색상 : 전면 짙은 녹색, 후면 회록색

잎면모 : 전면 무모, 후면 모 또는 무모

꽃특징 : 엽액단생, 많이 달리고 길고 비틀림, 단주화 장주화 이화주성

화  관 : 만리화보다 크고 끝이 뾰족 

꽃자루 : 6mm

꽃받침 : 광란형, 4렬, 밝은 황색, 열편 장타원형

열  매 : 삭과 , 난형, 끝 뾰족, 10 x 5~6mm

개화기 : 3~4월, 개나리보다 1~2주 빠름

결실기 : 10월

용  도 : 열매 약용


여러 도감에서 설명하는 만리화와 장수만리화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1. 햇가지 기부에 털이 있다.

2. 꽃잎이 비틀린다.

3. 잎의 뒷면에 털이 있거나 희무스레하다.

4. 잎의 전면에 광택이 있는 만리화와는 달리 장수만리화는 광택이 없다.

위 구분 포인트 중에서 여러 도감에서 일치하는 점은 일년지 밑부분에 털이 있다는 것 뿐이다. 나머지 구분점은 도감마다 달라서 확신할 수가 없다. 이게 모두 다 장수산에 가서 실물을 직접 관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 나무의 잎 뒷면 털의 유무 외에도 전면 광택도 그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일부 도감에서 전면 광택유무가 만리화와의 구분점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일부 정보에 의하면 장수만리화도 전면에 윤택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의 조선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윤채가 없다고 한다. 결국 남이나 북이나 뭣 하나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일부 도감에서는 꽃의 부리가 길고 비틀린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내가 본 장수만리화 그림은 꽃부리는 비틀린 것보다 안비틀린 것이 더 많았다. 따라서 그게 어찌 구분포인트가 되겠는가.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잎 전면에 윤채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이와 대비되는 만리화 잎이 윤채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 결국 장수만리화는 향기가 있다는 말은 전부 옳지 않은 헛소리고 장수만리화를 정확하게 묘사하여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감은 현재 없으며 지금 남한에 있는 장수만리화 실물 또한 진짜 장수만리화인지 그 진위가 의심스럽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장수만리화의 학명 Forsythia velutina가 합법명 즉 accepted name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현재 주어진 정보로써는 만리화와의 차이점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만리화와 마찬가지로 잎이 넓으면서 잎 뒷면에 털이 빽빽하여 만리화와 분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종이 북한이 아니더라도 남한 경북 북부지방과 경기도 및 강원도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장수만리화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생정에 장수만리화는 잎 양면에 털이 없다고 분명하게 못박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 산림청이 2006년에는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장수만리화의 자생지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하면서 장수만리화는 신가지 하부와 잎 뒷면 그리고 잎자루에 짧은 융모가 밀생하는 특징을 뚜렸이 나타낸다고 밝힌 적이 있어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국생정은 어찌 이창복박사의 직계 제자인 이유미박사가 국립수목원장으로 앉아있어도 이 엉터리 국생정 도감은 여전히 언터처블(untouchable)이란 말인가? 


장수만리화

국생정 자료인데 꽃이 전혀 비틀리지 않은 모습이다.


장수만리화

결코 꽃이 조밀하게 달린다고 할 수는 없다.


장수만리화

이 사진은 비틀린 꽃부리 모습이 분명하다.


장수만리화

설악산에서 표본을 채취하였다고 한다.


장수만리화

홍릉수목원에 식재된 나무에서 채취한 것이다.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


장수만리화 <한택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