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20

弼雲臺看杏花(필운대간행화) – 朴趾源(박지원)

요즘 우리나라 방방곡곡은 온통 벚나무 천지가 되었다. 이제는 누가 봐도 일본보다 벚나무가 더 흔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즐기는 왕벚나무는 국내 도입된 역사가 겨우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1907년 일본인들이 왕벚나무 묘목 1,500주를 들여 와 남산 왜성대공원에 500주를 심고 나머지를 여러 지역에 심은 것이 공식적인 최초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나무들이 자라자 1914년 남산에서 개최된 벚꽃놀이에 10만 인파가 모였다는 기사가 있다. 그럼 그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봄 꽃을 전혀 즐기지 않았단 말인가? 풍류를 즐겼던 양반들이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그 대상은 삼국시대의 기록에서부터 나오는 살구꽃이었다. 왕벚나무 도래 이전에도 국내에 토종 벚나무들이 더러 있었지만 존재감이 약..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李滉(이황)

우리나라에서 매화시를 가장 많이 남긴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2~1571)선생의 매화시 중 백미라는 도산월야영매라는 시이다. 도산서원에 핀 매화와 하늘에 뜬 달 그리고 퇴계 자신이 하나가 된 모습이다. 중국의 많은 매화시나 고려말 또는 조선초 매화시와는 달리 퇴계의 매화시에는 정치적인 색채는 없다. 퇴계에게 매화는 견정불굴(堅貞不屈)의 의지를 가진 고결지사(高洁志士)라기보다는 세속의 띠끌이 없는 순수함과 아름답고 격조 높은 운치를 가진 사려 깊은 벗이자 스승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매화시를 남긴 문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매화를 꽃나무 그 자체로 보거나 중국의 도연명이나 임포와 같은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그에게 자연의 일부로서 풍류의 대상이거나 인격을 부여하여 수시로 교감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

梅花(매화) – 李穡(이색)

고려말 대유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선생은 수많은 매화 관련 시를 남겼는데 그가 북송의 은일시인인 매처학자(梅妻鹤子)라는 별호를 가진 임포(林逋, 967~1028)를 무척 동경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매화(梅花)라는 시를 보면 바로 앞에서 본 임포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이수(二首)라는 시 중에 疎影橫斜水淸淺(소영횡사수청천)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즉 “성긴 그림자 맑고 얕은 물에 비스듬히 드리우고 그윽한 향기 달뜨는 황혼에 퍼지네”라는 구절을 되새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목은선생의 임포사랑이 훗날 우리나라에서 매화 관련 시를 가장 많이 지은 퇴계 이황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매화(梅花) – 이색(李穡) 小溪淸淺是江南(소계청잔시강남)月上黃昏欲往參(월상황혼..

山园小梅(산원소매) - 林逋(임포)

중국인들의 매화사랑은 지극하여 손문(孫文)의 신해혁명 이후 국화로 지정한 적도 있었으며 공산화 이후에도 모택동이 무척 매화를 사랑하여 그대로 매화를 국화로 지정하려고 하였으나 뜻이 이루어 지지는 않았다. 이는 아마 대만에서 먼저 매화를 국화로 지정한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에는 국화가 아직 없으며 현재도 매화와 모란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전부터 중국 문인들은 매화를 무척 사랑하여 수많은 시를 남겼는데 이번에는 일생을 매화(梅花) 그리고 학(鶴)과 더불어 살면서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삼아서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별호까지 가진 북송의 은일시인(隱逸詩人) 임포(林逋, 967~1028)의 시를 소개한다.  절강성 항주(杭州) 서호 부근 고산(孤山)에 은거하던 그는 산원..

白梅(백매) - 王冕(왕면)

모란과 함께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 바로 매화이지만 그 수많은 중국인들 중에서도 매화를 지극히 사랑한 사람으로서 송나라 시대에 임포(林逋, 967~1028)가 있었다면 원(元, 1271~1368)나라 시대에는 왕면(王冕, 1310~1359)이 있다. 그는 절강성 소흥의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독학으로 원말의 저명한 시인이자 화가가 되었다. 그는 권세를 능멸하고 비난하며 공명과 록(祿)을 경시하고 백성들의 고난을 동정하거나 전원에서의 은둔생활을 묘사한 작품이 많다. 특히 매화를 사랑하여 집 주변에 매화 1천 그루를 심어 매화옥주(梅花屋主)라는 별칭으로 불렸으며 묵매(墨梅)를 즐겨 그리고 매시(梅詩)를 많이 남긴 사람이다. 그의 백매(白梅)라는 다음과 같은 시에서 그 유명한 청향만리(淸香萬里)라는 명구..

梅花(매화) - 王安石(왕안석)

당송팔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북송(960~1127)의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의 매화(梅花)라는 오언절구 시이다. 단순하게 이른 봄 맨 먼저 피는 매화의 강인함과 그윽한 향기를 노래한 것 같지만 그 배경을 보면 이 시는 왕안석이 부자들의 장롱을 털어서 빈민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개혁적인 부국강병책이 좌절되어 재상에서 두 번째 물러난 후 그 답답한 심정을 매화에 빗대어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아래 시의 내용에서도 홍매가 아닌 백매화임을 알 수 있다.  매화(梅花) – 왕안석(王安石) 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遙知不是雪(요지부시설)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담 모퉁이의 매화 몇 송이추위를 무릅쓰고 홀로 피었네.멀리서 봐도 눈은 아니구나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니까.

踏莎行(답사행) · 郴州旅舍(침주여사)-秦观(진관)

踏莎行(답사행) · 郴州旅舍(침주여사) - 秦观(진관) 霧失樓臺(무실루대),자욱한 안개속에 누대는 사라지고 月迷津渡(월미진도)희미한 달빛속에 나루터도 보이지 않네. 桃源望斷無尋處(도원망단무심처).아무리 찾아봐도 도원경은 없구나. 可堪孤館閉春寒(가감고관폐춘한),외로운 객사의 봄추위를 어찌하랴 杜鵑聲裏斜陽暮(두견성리사양모)두견새 우는 소리에 날이 저무네.  驛寄梅花 (역기매화)역참에서 매화 한 가지 보내고 魚傳尺素 (어전척소)물고기속 서신을 받는다네 砌成此恨无重数(체성차한무중수)쌓이는 한은 셀 수도 없으며 郴江幸自繞郴山(침강행자요침산)침강은 본시 침산을 휘돌아 가거늘 爲誰流下瀟湘去(위수류하소상거)누굴 위해 소상까지 흐른단 말인가?  송나라 시인 秦观(진관, 1049~1100)이 쓴 사(詞)이다. 그는 당쟁에..

春雪(춘설) - 韓愈(한유)

며칠 전에 경상도지방에 산불이 한창이던 시기에 중부지방에서는 때 아닌 한파에 굵은 눈발이 내려 반쯤 피던 성질 급한 백목련 꽃을 갈색으로 변하게 만들어 일 년을 기다린 보람을 망쳐 버렸다. 올 해는 유난히 꽃들의 개화 순서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매화와 목련이다. 즉 매화는 늦고 목련은 오히려 빠르다. 거의 매년 매화는 물론 살구나 벚꽃보다 약간이라도 늦게 피던 목련꽃이 올해는 매화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빨리 피고 있다. 그러다가 영하 3도까지 내려가는 꽃샘 추위와 함박눈을 만나서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매화와 살구꽃 벚꽃 그리고 자두와 복사꽃의 개화 순서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후자 행앵도리(杏櫻桃李)는 모두 장미과의 Prunus..

雜詩(잡시) - 王維(왕유)

雜詩 三首 其二(잡시 3수 기2) - 王維(왕유) 君自故鄕来(군자고향래)应知故鄕事(응지고향사)。来日绮窗前(내일기창전)寒梅著花未(한매저화미)? 그대 고향에서 왔으니응당 고향사정 잘 알겠네.올 때 우리 집 창 앞의매화 아직 안 피었던가?   마힐거사(摩诘居士) 왕유(王維, 693~761)는 성당(盛唐) 시기 맹호연(孟浩然, 689~740)과 더불어 대표적인 산수전원시인(山水田园诗人)으로서 시 외에도 그림과 음악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고 알려진 천재적인 인물이다. 게다가 신실한 불교 신자로서 그의 호도 불교 경전인 유마경의 주인공 유마힐거사(維摩詰居士)에서 왔으며 후세 사람들이 그를 두보나 이백의 시성(詩聖)이나 시선(詩仙)에 비유하여 시불(詩佛)이라고 칭송했다. 이 시는 그가 말년에 국가의 정변인 안사의 ..

赋得古原草送别(부득고원초송별) - 白居易(백거이)

최근에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영양 청송 등 경북 북부지방을 초토화 시켰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경남 산청지방에서도 불이나 지리산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산불 관련된 한시를 한 수 소개한다. 그런데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만큼 산불이 심각하지는 않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소나무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생각과는 달리 소나무 군락지가 참나무 군락지보다 화재에 더 취약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수지가 많은 수종인 소나무 일변도인 수종이 문제라는 것인데 그러고 보니 산불이 심한 미국에도 침엽수가 많다. 반면에 침엽수가 없는 호주의 산불은? 호주에 많은 유칼립투스에도 수지가 매우 많아 유칼립투스 오일은 상품화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나라 유명한 시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