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26

다정가(多情歌) – 이조년(李兆年), 한시(漢詩) 버전

배꽃과 관련된 우리 선조들의 시 중에서 시기적 순서에 의하여 다음으로 소개할 시가 바로 우리 국민들 거의 모두가 알고 있는 만고의 명시조 다정가(多情歌)이다. 한글로 쓰여진 “이화에 월백하고~”에 익숙하여서 그런지 이 작품이 이렇게 이른 시기에 쓰여진 작품일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작가 이조년(李兆年, 1269~1343)선생은 고려 24대 원종에서부터 28대 충혜왕시대까지 살았던 문신이다. 고려 마지막 공양왕이 34대인 점으로 봐서는 완전히 고려 말기라고 말하기도 그렇다. 가장 이른 시기에 이화 관련 시를 남긴 이규보선생에 비하여 겨우 100년 늦게 태어나신 분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시조문학의 역사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조 ..

落梨花(낙이화) - 김구(金坵)

고려 후기의 원간섭기에 재상까지 지낸 문신인 지포(止浦) 김구(金坵, 1211~1278)선생의 문집인 지포집(止浦集)에 실린 낙이화(落梨花)라는 시이다. 정말 봄바람에 휘날리는 배꽃잎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듯 하다. 落梨花(낙이화) - 김구(金坵) 飛舞翩翩去却廻(비무편편거각회)倒吹還欲上枝開(도취환욕상지개)無端一片黏絲網(무단일편점사망)時見蜘蛛捕蝶來(시견지주포접래) 펄펄 춤추며 날아 가다가 되돌아 와도로 가지 위로 올라가 피고자 하네어쩌다 한 조각이 거미줄에 붙으면거미가 나비 줄 알고 잡으러 오네

天壽寺門(천수사문) – 이규보(李奎報)

고려시대 문신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1168~1241)선생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린 천수사문(天壽寺門)이라는 시이다. 이규보선생은 어릴 때부터 재능이 뛰어나 기재(奇才)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자유분망하여 형식적인 과거문을 멸시하여 연속 과거에 낙방하다가 나중에 장원으로 합격하였으나 관직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낙심하고 24세에 개경 북쪽에 있는 천마산에 들어가 장자(莊子)에 관심을 보이며 시문이나 지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아마 그 때 식물과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식물 관련 시들도 그때 지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생활고 문제도 있고 감투에 대한 욕심이 있어 관직을 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32세 때 무신정권의 실권자 최충헌을 ..

春风(춘풍) - 白居易(백거이), 앵행도리(櫻杏桃梨)

春风(춘풍) - 白居易(백거이) 春风先发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樱杏桃梨次第开(앵행도리차제개)。荠花榆荚深村里(제화유협심촌리)亦道春风为我来(역도춘풍위아래) 봄바람 불어와 정원의 매화가 먼저 피고앵도와 살구꽃 복사꽃 배꽃이 차례로 핀다깊은 산골 마을의 냉이꽃과 느릅열매도 봄바람이 나에게도 불어온다고 말하네요. 이 시는 당 문종 대화 5년 즉 831년에 지은 것으로 당시 59세인 백거이는 낙양에서 하남윤을 지내고 있었다. 여기서 荠花(제화)는 냉이꽃을 말하고 榆荚(유협)은 느릅나무 열매를 말한다. 정원에서 가꾸는 아름다운 꽃이든 산골 마을 들판에서 저절로 자라는 들꽃이든 봄바람은 공평하게 대하여 특별히 어느 쪽을 더 후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통치자에게 인재를 골고루 중용하고 편..

春望詞(춘망사) - 薛涛(설도), 동심초(同心草)

배꽃과 관련된 한시를 언급하면서 당나라 4대 여류시인 중 한 명이며 탁문군 등과 더불어 촉(蜀)의 4대 재녀(才女)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설도(薛涛, 768~832)라는 시인의 춘망사(春望詞)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양민 출신으로 한때 기녀생활을 하였던 그녀가 809년 서촉으로 갓 부임한 11살이나 어린 원진(元稹)과 사랑에 빠졌다가 원진이 타지로 전근가면서 4개월 만에 이별하게 된다. 그래서 설도(薛涛)가 그 아픔을 노래한 시가 바로 춘망사(春望詞)이기 때문이다. 일설에는 809년 처음 만났다가 헤어진 다음 5년 후인 814년 강릉(江陵)에서 재회하였다고 한다. 재회 당시 원진은 상처(喪妻)한 상태이었기에 서로 장래를 약속을 하여 설도(薛涛)는 기대감을 갖고 성도로 돌아왔으나 원진이 곧 다른 여인과 ..

江岸梨花(강안이화) - 白居易(백거이)

이번에도 배꽃과 관련된 초창기의 유명한 시 중 하나인 서기 809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당나라 대시인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江岸梨花(강안이화)라는 시를 소개한다. 백거이(白居易)는 당나라 현실주의 시인이자 두보 이백과 더불어 당대 3대 시인으로 불리며 또한 두보나 이백이 시성(詩聖)이나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거이 또한 시왕(詩王)이나 시마(詩魔) 등의 애칭으로도 불린다. 백거이의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이지만 국내서는 특이하게 자인 낙천(乐天)으로 널리 불려 백낙천(白樂天)이 우리에겐 훤씬 더 익숙하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3,000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그 중에는 식물에 관련된 시가 매우 많아 이 불로그에서 여러 번 소개한 적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하..

使東川(사동천) · 江花落(강화락) - 원진(元稹)

당대 중기에 동중서문하평장사(同中书门下平章事)라는 직책을 지낸 대신이자 유명한 시인인 원진(元稹, 779~831)이 30세이던 809년에 쓴 使東川(사동천) 江花落(강화락)이란 시를 소개한다. 원진은 동시대 유명한 시인 백거이(白居易)와는 함께 한림학사로 일하던 막역지우(莫逆之友)이자 그와 시가(詩歌) 이론과 관점이 유사하여 언어가 평이하고 통속적인 장편 배율(排律)을 쓰는 새로운 신악부시가(新乐府诗歌) 운동을 주도한 동지로서 함께 차운상수(次韵相酬) 형식을 창시하였다. 그래서 세상에서 그들을 元白(원백)이라고 불렀다. 이 시는 원화(元和) 4년 원진(元稹)이 감찰어사(監察御史)로 검남동천(劍南東川)에 출사하러 가던 도중 가릉강변(嘉陵江辺)에서 본 광경을 즉석에서 노래한 것이다. 당시 늦봄 음력 3월 새..

大林寺桃花(대림사도화) -白居易(백거이)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은 당나라 대시인 백낙천(白樂天, 772~846)의 대림사도화(大林寺桃花)이다. 대림사는 강서성 구강시 관광명소인 여산(庐山)에 있는 사찰이다. 평지에 있는 세속에서는 이미 봄이 가고 없는데 깊은 산 중에 있는 산사에 와 보니 복사꽃이 한창 만개하고 있어 놀라면서 봄은 간 것이 아니고 몰래 여기에 들어 와 숨어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하여 쓴 시이다. 덧없이 가는 것이 봄인지 인생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공감이 가는 시이다.   大林寺桃花(대림사도화) 白居易(백거이) 人間四月芳菲盡(인간사월방비진)山寺桃花始盛開(산사도화시성개)長恨春歸無覓處(장한춘귀무멱처)不知轉入此中來(부지전입차중래)  인간세상 사월이면 꽃 다 지는데산사의 복사꽃은 이제 한창이네떠난 봄 찾을 길 없어 한탄했는데어느새 여기에 와 ..

渔歌子(어가자) 西塞山前白鹭飞(서새산전백로비) - 张志和(장지화)

도화를 읊은 노래라면 당나라 시인 장지화(张志和, 732~774)의 어가자(渔歌子) 서새산전백로비(西塞山前白鹭飞)를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시(詩)가 아니고 사(詞) 즉 노래 가사라는 말이다. 그래서 어가자(渔歌子)를 사패명(词牌名)이라고 한다. 복사꽃 피는 봄날 낚시배를 띄우고 한가롭게 낚시하는 중에 가랑비가 온들 대수이겠나 싶다. 서새산(西塞山)은 절강성(浙江省) 호주시(湖州市)에 있는 산이며 도화유수(桃花流水)는 복사꽃이 질 때 쏘가리가 살찌므로 그 시기를 말한다. 시인의 말년인 772~773년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 노래가 어부사(渔父词)라고도 불리기에 조선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가 불현듯 생각난다.  渔歌子(어가자) 西塞山前白鹭飞(서새산전백로비) - 张志和(장지화) 西塞山前白鹭飞(서..

山中问答(산중문답)-李白(이백), 도화유수(桃花流水)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 701~762)의 산중문답이라는 시인데 여기서 도화유수(桃花流水)라는 말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복사꽃 흐르는 냇물을 묘사한 별유천지비인간(别有天地非人间)이라는 문구도 못지않게 유명하다. 중국에서 도화유수(桃花流水)는 춘일미경(春日美景) 즉 아름다운 봄 풍경을 형용하거나 남녀애정(男女爱情)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 余(여)는 시인 이백 자신을 말하고 碧山(벽산)은 이태백이 은거하면서 독서를 하였던 도화암(桃花岩)이 있는 호북성 안륙시에 있는 백도산(白兆山)을 말하며 何意(하의)는 何事(하사)라고도 쓰며 窅(요)는 杳(묘)로도 쓴다. 도화(桃花)와 별유천지(别有天地)는 다분히 진나라 도연명(陶渊明)의 도화원기(桃花源记)의 이상세계를 비유한다. 내용으로 봐서 이백이 노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