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70

牡丹(모란) - 薛涛(설도)

당나라 4대 여류시인 중 한 명이며 탁문군 등과 더불어 촉(蜀)의 4대 재녀(才女)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설도(薛涛, 768~832)가 쓴 모란(牡丹)이라는 제목의 칠언률시(七言律诗)를 소개한다. 설도는 양민 출신으로 한때 기녀생활을 하였는데 809년 서촉으로 갓 부임한 11살이나 어린 원진(元稹)과 사랑에 빠졌다가 원진이 타지로 전근가면서 4개월 만에 이별하게 된다. 그래서 설도(薛涛)가 그 아픔을 노래한 시가 춘망사(春望詞)인데 이 시의 일부가 번안되어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곡 동심초의 가사가 된다. 일설에는 809년 처음 만났다가 헤어진 다음 5년 후인 814년 강릉(江陵)에서 재회하였다고 한다. 재회 당시 원진은 상처(喪妻)한 상태이었기에 서로 장래를 약속을 하여 설도(薛涛)는 기대감을 갖고 성도로..

戏题木兰花(희제목란화) - 白居易(백거이), 자목련 백목련

매년 봄이 되면 우리 주변에 수많은 종류의 목련이 꽃을 피우지만 우리나라는 뒤늦게 제주도에서 발견된 토종 목련과 초령목 그리고 함박꽃나무 외에는 모두 해외에서 도입된 외래종들이다. 그 중에서 아주 먼 옛날에 도입되어 민가에서 재배하던 종이 바로 중국에서 도입된 백목련과 자목련인데 초창기에는 백목련과 자목련을 구분 없이 목란(木蘭) 또는 신이화(辛夷花) 목필화(木筆花) 북향화(北向花) 향불화(向佛花) 붓꽃 등으로 다양하게 불러 왔다. 백목련과 자목련을 구분없이 부른 것은 우리뿐만은 아니다. 원산지 중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하였다. 중국에서는 목련 재배역사가 매우 길어 BC 221년부터 AD 220년까지인 진한(秦漢)시대 중간쯤에 저술된 신농본초경(神农本草经)에서는 이미 임란(林兰)이라고 하였고 약재로 쓰는 꽃..

常棣(상체) - 시경 소아(小雅)편, 산이스라지(郁李)

그렇다고 사서삼경에 등장하는 당체(唐棣)나 당체(棠棣)가 모두 채진목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시경 소아(小雅)편에 나오는 상체(常棣)라는 시의 일부이다. 상체지화(常棣之华) 악불위위(鄂不韡韡) 범금지인(凡今之人) 막여형제(莫如兄弟) 산이스라지 꽃이여꽃이 참 아름답구나무릇 지금 사람 중에형제만한 이는 없다네 여기서 鄂은 花萼(화악) 즉 꽃받침을 말하고 不는 丕의 차자로서 크고 장중하다는 뜻이다. 상체(常棣) 즉 당체(棠棣)가 만개한 모습에 비유하여 형제간 우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여기에서는 상체(常棣)가 낙엽 관목인 당체(棠棣) 즉 욱리(郁李)를 지칭하는 것으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하나의 뿌리에서 줄기가 여러 개 나와 총생하며 꽃이 2~3송이씩 모여서 다닥다닥 피는 산이스라지가 과거 다자녀..

何彼襛矣(하피농의) - 시경(詩經) 소남(召南)편, 채진목

何彼襛矣(하피농의) 唐棣之華(당체지화)어찌 저리도 고울까요? 당체(채진목)꽃이로구나! 당체(唐棣)는 논어 자한편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시경(詩經) 소남(召南)편 何彼襛矣(하피농의)라는 시의 서두에 위와 같은 구절이 있다. 여기서도 동진 저명학자인 곽박(郭璞, 276~324)이 금백이야(今白栘也) 사백양(似白杨) 강동호부이(江东呼夫栘)라고 당체는 요즘의 백이이며 사시나무와 비슷하여 강동에서는 부이(夫栘)라고 부른다고 풀이하고 있다. 부이(夫栘)는 당체(唐棣) 즉 채진목의 별명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시집가는 공주의 혼수를 잔뜩 실은 긴 수레행렬이 마치 꽃이 주렁주렁 달려서 처진 채진목 가지에 비유한 것이라고도 풀이한다. 여하튼 이 당체도 중국에서는 상체(棠棣) 즉 산앵두나무로 번역하기보다는..

唐棣之華(당체지화) – 논어(論語) 자한(子罕)편, 채진목

논어(論語) 자한(子罕)편 唐棣之華(당체지화) 偏其反而(편기반이) 豈不爾思(기불이사) 室是遠而(실시원이) 子曰(자왈) 未之思也(미지사야) 夫何遠之有(부하원지유) 당체의 꽃이 바람에 펄럭이니까 어찌 그대가 그립지 않으리요만 집이 너무 멀구나.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마음이 없는 것이지 어찌 멀다고만 하는가? 논어에 시경에는 등재되지 못한 고대 시가 인용되어 있다. 공자가 말한 그 깊은 내용의 음미는 논외로 하고 여기서 그동안 우리는 여기서의 당체(唐棣)를 거의 대부분 산이스라지 또는 산앵두나무라고 번역해 왔다. 학명 Prunus japonica로 표기되는 산이스라지(산앵두나무)는 중국정명이 욱리(郁李)이지만 별명으로 당체(棠棣)와 당체(唐棣) 그리고 작매(雀梅)와 작매(爵梅) 등 다양하게 불리는 것이다. 그래..

海棠(해당) - 蘇軾(소식), 수사해당, 중국꽃사과나무(海棠花)

송나라 대시인 동파거사(東坡居士) 소식(蘇軾, 1037~1101)이 1084년에 쓴 해당이라는 칠언절구(七言绝句) 시이다. 밤이 깊으면 해당이 잠이 든다는 것은 양귀비가 당현종과 연회 중에 술에 취해 잠이 들자 황제가 海棠睡未足耳(해당수미족이)라고 ‘해당화가 수면이 부족한 것뿐이다.’라고 두둔한 것을 은유한 것이다. 이후 해당화는 화귀비(花贵妃), 화존귀(花尊贵) 등으로 불리면서 황실 정원에서도 목련(玉兰)、모란(牡丹)、목서(桂花) 등과 함께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정원수 중 하나가 된다. 물론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당화는 단연 수사해당(垂絲海棠)과 서부해당(西府海棠)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정명으로 해당화(海棠花)라고 불리는 수종은 따로 있는데 그게 바로 우리가 중국꽃사과나무라고 부르는 Malus s..

寺庭看楙花(사정간무화) – 김시습(金時習), 명자꽃

조선 초기의 문인이자 불교 승려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1493)선생의 ‘사찰 뜰에서 무화를 보고’라는 뜻의 사정간무화(寺庭看楙花)라는 시를 소개한다. 여기서 무(楙)는 모과를 말한다고 1527년에 어문학자 최세진(崔世珍)이 펴낸 한자 학습서인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도 楙(무)는 모괏 무로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그 당시의 모과는 관목에 작은 열매가 열리는 현재의 명자꽃 즉 산당화를 말한다. 그리고 교목에 큰 열매가 달리는 현재의 모과는 명자(榠樝)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둘 다 중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인데 중국에서 그 당시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훈몽자회에 榠(명)은 명쟛 명으로 樝(자)는 명쟛 쟈로 풀이되어 있다. 현재의 명자꽃은 신라시대부터 도입되어 모과(木瓜)라는 이름으로 이 땅..

지당화(地棠花) – 이규보(李奎報), 황매화(黃梅花)

매화를 닮은 노란 꽃이 매년 4~6월까지 매우 장시간 피고 지는 관목이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황매화(黃梅花)라고 하며 그 겹꽃이 피는 품종을 죽단화라고 하다가 최근에는 둘이 통합되어 모두 황매화로 통한다. 중국 원산인 이 꽃이 우리나라에는 중국 정명인 체당(棣棠)보다는 별명인 지당화(地棠花)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고려시대 대표적인 문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지당화(地棠花) 관련 시가 몇 편 수록되어 있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선생은 황매화를 무척 사랑한 나머지 거의 마니아 수준이 되어 도대체 왜 이 황매화를 지당화라고 부르는지를 몰라서 매우 궁금해 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다음과 같은 시도 남겼다. 이 관목의..

海棠(해당) - 이규보(李奎報), 수사해당(垂絲海棠)

식물에 조예가 상당히 깊었던 고려 무신정권 시절 문순공(文順公) 이규보(李奎報, 1168~1241)선생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에 海棠(해당)이라는 용어가 국내서는 처음이면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권제16의 海棠(해당)이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 고율시(古律詩)를 보면 이 해당은 분명 수사해당(垂絲海棠)임을 알 수가 있다. 이규보선생은 당명황과 양귀비의 고사를 알았기에 꽃자루가 아래로 처지며 피는 수사해당을 잠든 모습이라며 술에 취한 양귀비의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중국의 고사란 당말기 왕인유(王仁裕, 880~956)라는 문인이 그가 쓴 개원천보유사(开元天宝遗事)라는 소설에서 唐玄宗曾和杨贵妃在沉香亭赏花(당현종증화양귀비재침형정상화) 唐玄宗将杨贵妃比作会说话的垂丝海棠(당현종장양귀비비작회..

꽃자루가 길게 아래로 처지는 품종은 수사해당(垂絲海棠)이지 서부해당이 아니다.

봄이 되어 온갖 꽃들이 피어나니 매우 즐겁기는 하지만 해 마다 눈살을 크게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서 정원수로 가장 인기가 높은 수종 중 하나인 학명 Malus halliana의 국명을 아마 2011년 처음 등록할 때에는 할리아나꽃사과라고 하다가 2017년에 서부해당으로 변경한 것 때문이다. 원산지 중국명이 수사해당(垂絲海棠)인데도 이를 자기들 마음대로 서부해당(西府海棠)으로 변경해 버린 것이다. 이건 마치 전임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사진을 걸어 놓고서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클린턴이라고 이름표를 붙이고 우기고 있는 것과 같은 황당한 짓이다.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모르면 차라리 이웃집 아저씨라고 이름을 붙였어도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인데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