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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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4 망개나무 - 청미래덩굴과는 전혀 다른 교목

망개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자생종 교목이 있는데 속리산 인근 충청북도와 그 남쪽 경상북도에서 주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서는 1923년 정태현박사가 최초 발견하여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특산 식물로 파악하여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망개나무속으로 분류한 학명 Berchemiella koreana Nakai를 1936년 발표하게 된다. 한자명을 조선구아차(朝鮮勾儿茶)라고 하였으며 1943년 정태현박사가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국명을 망개나무라고 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그런데 정태현선생은 같은 도감에서 망개나무라는 이름은 덩굴식물인 청미래덩굴이나 소교목인 까마귀베개의 이명으로 불린다고도 기록했다. 우리에게 이들 세 종이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도대체 그 ..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李滉(이황)

우리나라에서 매화시를 가장 많이 남긴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2~1571)선생의 매화시 중 백미라는 도산월야영매라는 시이다. 도산서원에 핀 매화와 하늘에 뜬 달 그리고 퇴계 자신이 하나가 된 모습이다. 중국의 많은 매화시나 고려말 또는 조선초 매화시와는 달리 퇴계의 매화시에는 정치적인 색채는 없다. 퇴계에게 매화는 견정불굴(堅貞不屈)의 의지를 가진 고결지사(高洁志士)라기보다는 세속의 띠끌이 없는 순수함과 아름답고 격조 높은 운치를 가진 사려 깊은 벗이자 스승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매화시를 남긴 문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매화를 꽃나무 그 자체로 보거나 중국의 도연명이나 임포와 같은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그에게 자연의 일부로서 풍류의 대상이거나 인격을 부여하여 수시로 교감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

梅花(매화) – 李穡(이색)

고려말 대유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선생은 수많은 매화 관련 시를 남겼는데 그가 북송의 은일시인인 매처학자(梅妻鹤子)라는 별호를 가진 임포(林逋, 967~1028)를 무척 동경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매화(梅花)라는 시를 보면 바로 앞에서 본 임포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이수(二首)라는 시 중에 疎影橫斜水淸淺(소영횡사수청천)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즉 “성긴 그림자 맑고 얕은 물에 비스듬히 드리우고 그윽한 향기 달뜨는 황혼에 퍼지네”라는 구절을 되새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목은선생의 임포사랑이 훗날 우리나라에서 매화 관련 시를 가장 많이 지은 퇴계 이황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매화(梅花) – 이색(李穡) 小溪淸淺是江南(소계청잔시강남)月上黃昏欲往參(월상황혼..

백설이 잦아진 골에 - 이색(李穡)

고려말 대유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유명한 시조를 소개한다. 여기서 매화는 불굴의 절개와 강인한 기개를 가진 고려 충신 즉 우국지사(憂國之士)를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여 중국의 매시(梅詩)들과 궤를 같이 한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 이색(李穡) 白雪이 ᄌᆞ자진 골에 구룸이 머흐레라반가온 梅花ᄂᆞᆫ 어ᄂᆡ 곳에 퓌엿ᄂᆞᆫ고夕陽에 호을노 셔셔 갈 곳 몰라 ᄒᆞ노라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사납구나.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시(詩)/한글시 2025.04.10

山园小梅(산원소매) - 林逋(임포)

중국인들의 매화사랑은 지극하여 손문(孫文)의 신해혁명 이후 국화로 지정한 적도 있었으며 공산화 이후에도 모택동이 무척 매화를 사랑하여 그대로 매화를 국화로 지정하려고 하였으나 뜻이 이루어 지지는 않았다. 이는 아마 대만에서 먼저 매화를 국화로 지정한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에는 국화가 아직 없으며 현재도 매화와 모란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전부터 중국 문인들은 매화를 무척 사랑하여 수많은 시를 남겼는데 이번에는 일생을 매화(梅花) 그리고 학(鶴)과 더불어 살면서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삼아서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별호까지 가진 북송의 은일시인(隱逸詩人) 임포(林逋, 967~1028)의 시를 소개한다.  절강성 항주(杭州) 서호 부근 고산(孤山)에 은거하던 그는 산원..

2113 줄청사조 – 줄무늬 잎맥이 뚜렷한 남방 수종

줄청사조라고 학명 Berchemia lineata (L.) DC.로 2011년부터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외래 재배식물이 있다. 이 수종은 히말라야 인근과 중국 남방 및 대만 그리고 일본의 남서제도에서 자생한다. 일찍이 유럽으로 건너갔는지 린네가 1756년에 갈매나무속으로 분류한 학명 Rhamnus lineata L.를 발표하였던 것을 스위스 식물학자인 Augustin Pyramus de Candolle (1778~1841)이 1825년 먹넌출속을 신설하면서 그 속으로 편입한 학명 Berchemia lineata (L.) DC.를 발표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lineata는 줄무늬가 있다는 뜻인데 가지런한 잎의 측맥이 너무 두드러지기 때문인 것이다. 남방 광동 광서 복건성에서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 ..

白梅(백매) - 王冕(왕면)

모란과 함께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 바로 매화이지만 그 수많은 중국인들 중에서도 매화를 지극히 사랑한 사람으로서 송나라 시대에 임포(林逋, 967~1028)가 있었다면 원(元, 1271~1368)나라 시대에는 왕면(王冕, 1310~1359)이 있다. 그는 절강성 소흥의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독학으로 원말의 저명한 시인이자 화가가 되었다. 그는 권세를 능멸하고 비난하며 공명과 록(祿)을 경시하고 백성들의 고난을 동정하거나 전원에서의 은둔생활을 묘사한 작품이 많다. 특히 매화를 사랑하여 집 주변에 매화 1천 그루를 심어 매화옥주(梅花屋主)라는 별칭으로 불렸으며 묵매(墨梅)를 즐겨 그리고 매시(梅詩)를 많이 남긴 사람이다. 그의 백매(白梅)라는 다음과 같은 시에서 그 유명한 청향만리(淸香萬里)라는 명구..

매화사(梅花詞) – 안민영

조선 후기 가객인 안민영(安玟英, 1816~1885)의 유명한 매화사 8수 중 두 번째를 소개한다. 여기서 매화는 특별히 누구에 비유한 고결한 지사가 아닌 이른 봄에 추위를 이겨내고 향기롭게 피는 매화꽃 그 자체를 예찬하고 있는 비정치적인 시조인 것으로 보인다.   어리고 성긘가지(柯枝) 너를 밋지 아넛더니눈(雪) 기약(期約) 능(能)히 직혀 두세 송이 퓌엿고나촉(燭) 잡고 갓가이 사랑헐 졔 암향(暗香)좃차 부동(浮動)터라.

시(詩)/한글시 2025.04.08

Ode : Intimation of Immortality from Early childhood(어린 시절 추억에서의 영생불멸의 암시)

영국의 낭만주의 대표 시인이자 계관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가 1807년에 발표한 11련으로 구성된 매우 긴 시인데 10련이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가 주연한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 ‘초원의 빛’에서 나탈리 우드가 암송하는 장면이 나오는 바로 그 시이다. 그 긴 시 중 자연을 노래한 앞부분 1~3련을 소개한다.   송가 : 어린 시절 추억에서의 영생불멸의 암시  I There was a time when meadow, grove, and stream,The earth, and every common sight,To me did seemApparelled in celestial light,The glory and the freshness of a dream..

梅花(매화) - 王安石(왕안석)

당송팔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북송(960~1127)의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의 매화(梅花)라는 오언절구 시이다. 단순하게 이른 봄 맨 먼저 피는 매화의 강인함과 그윽한 향기를 노래한 것 같지만 그 배경을 보면 이 시는 왕안석이 부자들의 장롱을 털어서 빈민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개혁적인 부국강병책이 좌절되어 재상에서 두 번째 물러난 후 그 답답한 심정을 매화에 빗대어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아래 시의 내용에서도 홍매가 아닌 백매화임을 알 수 있다. 매화(梅花) – 왕안석(王安石) 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遙知不是雪(요지부시설)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담 모퉁이의 매화 몇 송이추위 무릅쓰고 홀로 피었네.멀리서 봐도 눈은 아니구나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니까.